빈손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어제 점심에 뭐 먹었더라?
스낵코너로 가면 늘 발길이 느려진다. 오늘은 봉지과자를 먹을지 각과자를 먹을지 그중에서도 짭조름 한 맛이냐 단 맛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다 거기서 거기인 과자가 아닌가 싶지만 구경하는 시간만 기다린다. 그날은 달랐다. 어떤 과자를 먹고 싶은지 정하지 못해 빈손으로 돌아왔다. 종류가 많아서 또는 질소포장으로 양이 적어서도 아니었다. 무엇을 먹고 싶은 지 모르는 마음 때문이었다. 식탐이 많은 사람이 갑자기 입맛이 없다며 식사를 거부하는 상황이랄까.
'나를 알기 위한 여정의 첫 단추'로 감정일기 쓰기로 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쉽게 간단하게 작성할 순 없을까. 독서대 2층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스마일 스티커를 붙이면 성취감도 얻고 일석이조겠다 싶었다. 어릴 적 칭찬스티커를 채우며 좋아했던 희미한 기억에 기댄 거였다. 별로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다. 1~2분이라도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과정으로 내면과 마주하는 시간이 생겼다. 2주 차부터는 월간 다이어리 페이지에 기억에 남는 일, 먹었던 음식, 일정을 기입해 나가면서 풍성해졌다. 비록 스티커의 도움을 받았지만 비록 꽃은 지더라도 마지막 잎새와 헤어지는 순간까지 기록하는 행위 언제든지 음미할 수 있다는 사실 덕분에 아쉬워하지 않게 되었다. 무엇보다 기분이 좋지 않았던 날은 대체로 날씨가 흐렸던 날이라는 공통점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한 권 일기를 꽉 채울 수 있는 그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