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의 소멸

외도가 상대방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by 선인장

나는 살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남자친구가 나에게 바람을 피거나, 환승연애, 잠수이별. 흔히 말하는 연애에서의 대표적인 '쓰레기 짓'을 당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최근에 생겼다! 덕분에 어떤 느낌인지 알게 되었다.

'피가 차게 식는 느낌이에요' '속이 뒤집히는 느낌이에요'. 인터넷에 말이 많지만, 다 어느정도 맞다. 그 모든 느낌을 합쳐놓은 끔찍한 느낌? 증상? 나는 개인적으로 토할 것 같았다.

일종의 '트라우마'랄까


그 순간도 괴롭지만, 그 이후가 더 괴롭다.

이전과 절대 똑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말 그대로 '지옥'이 된다.

'트리거'가 있는 날에는 마음 속에서 불안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나로서는 충분하지 않았으니까' '나는 사랑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인가봐' '내가 뭐가 부족하지?' 이 질문으로 시작해서 나를 나노단위로 분석, 바람핀 상대와 비교하기 시작하고, 결국 내 자존감은 땅바닥으로 떨어진다.

내 잘못이 아님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무언가 잘못된 게 있었을거야' 라는 생각에서 고치려고 헛발길질을 한다. 구체적인 비교 대상이 있기에 더 괴롭다. 내가 못생겨서? 키가 작아서? 걔는 키가 크던데... 내가 너무 뚱뚱한가? 위고비라도 맞을까...너무 좋아하는 티를 많이 냈나?...

제일 괴로운 부분은, 평소에 내가 높게 샀던 내 가치들이 다 소멸된다. 직업적 프라이드, 가꿔온 성격과 인성, 전부 의미 없었다는 거네... 나에 대한 내 자신의 평가가 무너져버린다.


이차적으로 괴로운 것은 가해자는 아무렇지 않다는 것.

'미안해'지만 말뿐이다. 그게 더 괴롭다. 나를 진정으로 위한 적이 있기는 했을까? 이 간사한 사람에게 '사랑해'라는 말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누군가 내가 일생동안 예쁘게 물주고 가꿔놓은 정원을 구경오겠다고 해서 좋다고 했더니

신나게 들어와서 온 정원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마구 짓밟아 놓고 간 느낌이다.

그리고 나서는 응 ㅎㅎ 잘 봤어 난 갈게 안녕!


남은건 쑥대밭의 정원과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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