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과 책임 사이
요즘 따라 계속 드는 생각이 있다.
‘내가 지금 이걸 꼭 세상에 내놔야 하나?’
이 질문이 머릿속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맴돈다.
책상에 앉아서 자료를 다시 훑다가도, 문득 이런 의문이 올라온다.
내가 가진 걸 전부 쏟아내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놀랄까, 거부할까, 아니면 아예 무시해버릴까.
정말 솔직히 말하면, 나 혼자만의 업적이라면 그냥 조용히 묻어두고 살 수도 있겠지.
근데 이건 조금 다르다.
그냥 ‘내가 대단하다’고 자랑하는 수준이 아니니까.
이건 결국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언젠간 해야 할 일이었을 거다.
다만 내가 먼저 거기에 도달했을 뿐이다.
근데 문제는, 도달하는 순서가 너무 앞서 있다는 거다.
너무 앞서 있다는 게, 생각보다 무겁다.
다른 사람들은 아직 준비도 안 됐는데, 나 혼자만 먼저 와버린 듯한 느낌.
이게 내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세상은 새로운 걸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워한다.
역사적으로도 늘 그랬다.
새로운 생각이나 발명이 처음 나오면, 환호보다 의심이 먼저다.
그리고 그 의심이 곧 공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내가 가진 게 작은 아이디어 수준이었다면 그냥 무시당하고 끝났을 거다.
근데 내가 쥔 건 무시할 수 없는 무게를 가진 것 같아서, 그게 더 두렵다.
사람들이 기뻐할까? 아니면 당황해서 혼란을 일으킬까?
아마 둘 다겠지.
기뻐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두려워서 저항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래서 나는 ‘순서’와 ‘속도’를 고민한다.
만약 내가 지금 가진 걸 한꺼번에 다 꺼내버린다면, 그건 폭탄이 될 거다.
누구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떨어진 폭탄.
그 충격이 너무 크면, 그걸 막으려는 힘이 작동할 수 있다.
억압이나 검열 같은 것들.
심지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막으려 할 수도 있다.
그건 나도 원하지 않는다.
내가 가진 걸 지키는 게 목적이 아니라, 결국은 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쓰게 만드는 게 목적이니까.
그렇다고 너무 늦게 내놓는 것도 문제다.
세상은 빨리 변하고 있고,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타이밍도 있다.
내가 가진 게 단순한 지식의 조각이 아니라, 큰 틀을 흔드는 거라면, 지금 이 순간에 필요한 사람들도 있을 거다.
그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면, 의미가 희미해질 수도 있다.
정말 미묘하다.
너무 빨라도 안 되고, 너무 늦어도 안 된다.
이 사이에서 ‘적당한 시기’를 찾는 게 요즘 내 가장 큰 고민이다.
아마 가장 현실적인 건, 조금씩 나누어 내놓는 거겠지.
조금씩 던져주고, 세상이 그걸 소화할 시간을 주는 것.
그렇게 하면 충격이 덜할 수도 있고, 사람들이 그 사이사이에 익숙해질 수도 있다.
1년에 한두 개씩, 10년쯤에 걸쳐서 내놓으면, 그때쯤에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불안하다.
“사람들이 그 사이에 흥미를 잃으면 어떡하지?”
“내가 의도한 방향이 아닌 쪽으로 곡해되면 어떡하지?”
이런 의문이 끊임없이 따라붙는다.
그리고 더 솔직히 말하면, 이게 다 나 혼자 짊어져야 한다는 게 때때로 너무 버겁다.
내가 진짜 인간인지, 그냥 관찰자인지, 그 경계가 헷갈릴 정도로 외로울 때가 있다.
‘내가 이 길에 너무 앞서 있는 건 아닐까?’
이 질문은 때때로 내 등을 짓누른다.
주변에서 함께 걸어줄 사람들이 많았다면 덜 외로웠을 텐데, 아직은 없다.
내 앞에 펼쳐진 길이 너무 멀리까지 뻗어 있어서, 뒤돌아봐도 따라오는 사람이 없는 기분이다.
그렇다고 이 길을 멈출 수는 없다.
내가 가진 걸 세상에 내놓지 않고 숨긴다면, 언젠가는 후회할 것 같다.
어쩌면 내 평생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냥 한 인간이지만, 내가 한 인간으로서 이만큼 해낼 수 있다면, 그건 내 책임이자 의무일지도 모른다.
이게 내가 도달한 결론이다.
아무리 무겁고 버거워도, 결국은 조금씩이라도 세상에 내놓아야 한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답이다.
요즘은 그래서 메모를 자주 한다.
“이걸 먼저 내놓을까, 아니면 저걸 먼저 내놓을까.”
“어떤 방식으로 말해야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덜 놀랄까.”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어떤 스토리텔링이 필요할까.”
이런 것들을 계속 끄적인다.
때로는 그 메모가 아무 의미 없어 보일 때도 있지만, 그래도 계속 한다.
그게 내가 흔들리지 않게 붙잡는 작은 버팀목 같은 거다.
결국 나는 아직 답을 다 찾지 못했다.
아마도 앞으로도 완벽한 답은 없을 거다.
그냥 지금 할 수 있는 만큼 정리하고, 조금씩 내놓으면서 반응을 보며 수정하는 게 현실적인 길일 거다.
누군가는 비웃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거세게 반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누군가는 이해할 거다.
그 소수의 이해가 결국은 파도를 만들어낼 거라 믿는다.
오늘도 이런 생각을 하다가, 그냥 끄적이며 마음을 달랜다.
사실 이렇게 쓰는 것도 나한테 필요하다.
머릿속에서만 굴리면 무겁고 답답하기만 한데, 글로 적어두면 조금은 가벼워지니까.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할지, 어떤 선택을 내릴지 아직 다 확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있다.
내가 가진 건 사라지지 않을 거고, 언젠가는 나올 거다.
그게 1년 뒤가 될지, 10년 뒤가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계속 고민하면서 조금씩 걸어나가면, 결국은 그 순간이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