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의 은밀한 취미생활
2018년 어느 여름, 삶이 참 권태롭다고 느껴졌다. 남들 잘하는 연애도 나만 안 되는 것 같았고, 몇 년째 해오던 간호사 일은 여전히 적성에 맞지 않았다.
삶은 원래 이런 건가?
나만 안 풀리는 것 같은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궁금한 것이 있으면 관련된 내용의 책을 사서 읽으시던 아빠가 생각났다. '삶(이 풀리지 않는 이유)'이 궁금했던 나는 책을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내 삶이 안 풀리는 이유를 책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평소에 책을 전혀 읽지 않던 사람이 책 한 권을 완독 한다는 것은 참 어려웠다. ‘책 잘 읽는 법’을 검색하다 보니, 독서모임에 나가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렇구나. 그럼 독서모임을 찾아볼까?'
그러나 나는 그 당시 3교대 근무를 하고 있었다. 오프날(간호사 휴무날)이랑 독서모임 날짜가 이렇게 안 맞을 수가. 3교대 간호사는 정기적으로 열리는 독서모임에 참석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었다.
'이럴 거면 그냥 독서모임 만들어버릴까? 나 같은 독서 초보자들이랑 같이 읽으면 되니까.'라는 생각이 문득 스쳐갔다. 그 순간 떠오른 친구에게 "@@야, 우리 독서모임 만들래?"라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이 뜬금없는 제안에, 친구는 이유를 물어보지도 않고 "그래!"라고 흔쾌히 승낙했다. 독서모임 만드는 게 이렇게 쉬웠나? 카카오톡 메신저 한마디에 갑자기 독서모임이 만들어졌다.
그래! 일단 해보고 안되면 관두자.
그렇게,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독서모임은 어느덧 5년째 운영 중이다. 독서 모임장이라는 타이틀은 나에게 책을 읽을 수밖에 없는 강제성을 주었다. 몇 년 간 나는 100권이 훌쩍 넘는 책을 읽었고, 50번 가까이 독서 모임을 열었다. 사실 간호사 본업을 하며 독서모임을 운영하기란 쉽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임을 계속 운영하는 이유는 어느 날 갑자기 읽기 시작한 책을 흠뻑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독서가 내 삶을 드라마틱하게 바꾸었다고 할 순 없겠지만, 독서모임을 운영하며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꼭 거창한 이유가 아니어도 상관없다는 것이다. 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일단 해보자. 좋아서 하다 보면 '꾸준히' 이어갈 수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