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산책] 한강을 뛰어볼까?
출근 시간 임박 했을 때, 대중교통을 놓칠까 봐 달려본 게 전부였던 달리기 쌩초보인 내가 무언가에 홀렸는지 11월에 있는 JTBC 마라톤을 덜컥 신청했다. '선' 대책 없이 지르고, '후' 수습하는 성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달리기를 시작했다.
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반포한강공원'의 야경을 보며 달리면 그렇게 멋지다길래 무작정 한강으로 나갔다. 걸어보기만 했지, 처음 달려보는 한강은 꽤 길었다. 영화를 보면 성공한 사람들은 아침에 멋진 곳에서 조깅을 하는 장면이 꼭 나온다. 영화 장면을 상상하며 달렸다. 발은 내 뜻대로 빨리 나가진 않았지만 달리는 맛이 있었다.
사람들을 구경하며 달리는 재미도 있었다. 한강 하면 돗자리를 깔고 치킨이나 즉석 라면을 끓여 먹는 정도로 생각해 왔는데, 금요일 저녁 한강의 잠수교를 가보니 마치 <취미의 장>이 열린 것만 같았다. 달리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자전거 타는 사람들, 번쩍거리는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 대포처럼 큰 사진기를 들고 나와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 친구-가족-연인-반려견과 산책하는 사람들 등으로 가득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각자 좋아하는 것을 하며 금요일 밤을 보내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그 에너지가 느껴졌다.
겨우 5km이지만 달리느라 온 기운을 다 뺐다. 그렇지만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좋은 기운을 가득 충전한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특별한 장비 없이 운동화 한 켤레와 건강한 두 다리 만으로도 어디서든 달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메리트로 다가왔다. 나에게 새로 생긴 '달리는 취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