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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욤 민지 Jan 06. 2024

간호사 후배에게 가장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일상'산'책] 마니산을 오르며

 산을 여러 개 타보니, 산이 다 똑같아 보여도 재밌는 산과 지루한 산으로 나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주로 계속 똑같은 뷰에 계단 타듯 오르기만 하는 산은 나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졌고, 탁 트인 뷰를 볼 수 있거나 흙길을 걷다가도 암릉처럼 바위 타고 오르내리는 재미가 있는 구간이 나오면 나에게 '재밌는 산'이다.


 마니산의 함허동천 코스는 탁 트인 서해 바다 뷰 + 재밌는 암릉 구간이 있어서 재밌는 산 중에서도 '마니' 재밌는 ''에 속했다. 게다가 그날은 일출시간과 맞물려 산을 오르며 바다 위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보았다. 정말 황홀한 뷰를 보며 오르다가 문득 전날의 일이 생각났다.


후배 간호사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실습을 나온 학생 간호사 선생님들이 내가 근무하는 외래에서 하는 시술을 observation 하기 위해 왔는데, 외래 투어를 시켜주다가 문득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들, 사실 이거는 '이렇구나'하면서 한 번 둘러보시면 되고요, 제일 중요한 건... 진짜 재밌게 사세요."


 방광 내시경과 요실금 치료에 관해서 알려주다가 문득 한다는 말이 '재밌게 살라'라니.


 "진짜 재밌게, 다양한 경험 하며 살아요. 간호사가 돼서도, 꼭. '병원-집-병원-집'만 하지 말고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다양한 분야를 넘나드는 간호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후배 간호사들에게 재밌게 살라는 것을 강조했다. 다양한 경험을 많이 하고, 간호로 뻗어나갈 수 있는 멋진 곳으로 많이 나아가라고. 20대 초반의 반짝이는 학생 간호사들에게 가장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간호학적 지식과 경험이 아니라, 간호사 '사람'으로서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

 산에 오르며 문득, '나는 어떻게 살고 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건 몰라도, 지금 이 순간은 너무 행복했다. 역시 등산이다. 이런 멋진 뷰를 보다 보면 직장에서 노여웠던 것들이 사르르 녹는다.


 솔직히 암환자를 돌보는 간호사의 일은 즐거울 상황이 많지는 않다. 가슴 아플 일도 많아서 감정 노동도 심한 편에 일하면서 한가할 순간이 거의 없어서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은 직업이다.


 간호사의 유니폼을 벗고 난 그 이후의 일상, 퇴근 후 취미 부자로서 살지 않았으면 느껴보지 못했을 감정들을 후배들에게 가장 알려주고 싶었나 보다. 11년 차 현직 간호사로서 말이다. 그 덕에 나도 못하겠다고 늘 외치던 간호사를 10년 이상 하고 있으니까.


어쨌든 마니산처럼, 마니 재밌게 산(살)자!



마니산의 오션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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