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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sicine Feb 19. 2019

Do Not!

건강을 위한 빼기의 습관화

현대인들은 온통 뭔가를 할 것을 강요받으며 생활한다. 삶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항상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압박을 받고 산다. 그리고 그러한 압박감을 자각하지 못한 채 그저 강요받는 것들을 해야만 할 것 같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지내곤 한다. 뭔가를 하도록 강요받은 프레임에 사로잡혀 오늘도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다.


건강의 영역에 있어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만성피로를 극복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건강기능식품을 먹고, 당뇨병을 극복하기 위해 유익한 음식들을 검색해 찾아서 먹기도 하고, 심지어는 살을 빼기 위해서도 뭔가를 찾아 먹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무작정 많이 걷는 게 좋다고 생각하며 걷기에 열중하고, 스피닝, 크로스핏 등 특정 운동이 유행하면 너도나도 따라 하곤 한다.


이러한 여러 가지 행위들이 내 몸에 유익한지 해로운지 정확한 판단을 뒤로한 채, 그저 열심히 운동하고 애써서 음식을 섭취하며 살아간다. 특히나 암 같은 난치성 질환에 걸린 다음에는 더욱더 열심히 생활습관을 바꾸려 애쓴다. 심지어는 내 몸에서 이상신호가 지속적으로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명현반응일 거라 스스로를 위안해 가면서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또 실천한다.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뭔가를 해야만 한다고 강요받으면서 살아가며, 그러한 강요된 생각을 의심조차 하지 못한 채 반복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뭘 먹어야 하나요?"
"면역력을 높이려면 등산을 많이 해야 하지 않나요?"


평소 음식으로 치료한다는 이야기가 알려지게 되면서, 진료실에 찾아오시는 여러 암 환자를 비롯한 만성질환 환우들을 만나면 항상 첫 질문은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많다. 하지만 그러한 질문에 나의 대답은 항상 정해져 있다.


무엇을 드셔야 하는지 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무엇을 드시면 안 되는지 정확히 알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면역력을 높이고 질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열심히 하기만 해서는 안된다. 무언가를 열심히 실행하지 이전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주변에서는 온통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사람이 다르고, 환경이 다르고, 주어진 여건이 다 다르기 때문에 나에게 딱 맞는 조언을 찾아내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누구나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아주 쉬운 원칙 하나가 있다. 바로 '잘못된 습관을 버리는 것'이다. 


술을 많이 마시는 습관이 있었으면 금주부터 해야 한다. 흡연을 하던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당연히 금연이 먼저다. 하지만 잘못된 습관이 비단 음주와 흡연뿐이겠는가! 구부정한 자세, 한 자세로 오래 일하는 습관, 운전하는 습관, 식습관, 수면습관, 배변습관 등 내 몸을 망치는 좋지 않은 습관들부터 하나하나 버리는 노력을 해야 한다. 애쓰고, 노력하고, 신경 써서 무언가를 열심히 하기 이전에, 먼저는 내 잘못된 습관부터 버리고, 다음으로 건강한 습관에 대한 방향을 정확히 설정한 후 실천하는 것이 마땅하다.


여러 암 환우들을 만나 상담해 보면, 대부분 암이라는 질병을 극복하기 위해, 그리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남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방법이 면역력을 높여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만 가지고 열심히 노력한다. 그러한 노력이 내 몸의 건강을 정말 회복시켜 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확답해 주지 않는다. 그저 통계치만을 근거로 제시하며 일단 뭔가를 해보라고 강요한다.


내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뭘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가시 찔린 손의 통증을 제거시키기 위해 약을 바르기 전에 가시를 찾아 제거시키는 것처럼,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가시 같은 역할을 하는 잘못된 습관들이 무엇인지 찾아 빼내야만 한다.




암 환자들의 심리의 진실, ‘뭔가 부족해’


암을 극복하기 위해 면역 조절 능력을 높이야 한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동의하는 사실이다. 인터넷에 ‘암 치료’라는 단어를 검색해 보면 암 면역치료, 면역 암 치료 등의 단어도 연관검색어로 함께 제시될 만큼 암 환우들과 그 가족들은 암환자의 면역력을 높여 암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면역항암제 개발의 주역들로 선정되면서, 암 환자의 면역력에 관한 관심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인터넷에서도, 주변 환우들도, 지인들도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더 잘 먹고, 더 많이 먹고, 더 운동하라고 조언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여러 매체를 통해 암을 극복하기 위해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주장하는 조언들은 우리에게 ‘부족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러한 조언들은 암 환자들이 갖고 있는 심리적 불안감과 비교 심리를 파고들어 부족한 것을 채우는데 몰두하고 그것에 집중하게 한다.


낮은 체온을 올리고, 저하된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애쓰는 것은, 체온이 낮아져 있고 면역력이 저하된 것을 직간접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내 몸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아픈 사람들이 건강을 되찾기 위해 갈망하는 이유는 내가 건강하지 못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암을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사람들은 오히려 부정적인 것들만 떠올리게 된다. 내가 암환자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암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어딘가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신경 쓰이고, 소화가 조금만 안 돼도 불안해진다. 그러한 불안감은 오히려 우리 몸의 정상적 기능을 제한하는 스트레스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


주위의 많은 요소들이 암 환자들에게 입을 모아 외친다. 암을 극복하기 위해선 잘 먹어야 하고, 이런저런 식품을 섭취해야 하고, 운동을 많이 해야 하고, 웃어야 한다고. 더 먹고, 더 운동하고, 더 노력하고, 더 애쓰라고. 암 환자들은 시종일관 암을 극복하기 위한 뭔가를 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하지만 암을 비롯한 여러 가지 만성질환들은 부족해서, 뭔가를 하지 않아서 발생한 질병이 아니다. 오히려 뭔가 너무 과해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만성질환을 극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려면, 더 많이 신경 쓰고 더 많이 노력하기 이전에, 가장 먼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확히 알고 실천해야 한다. 내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안 하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실천될 때 비로소 건강한 삶의 길이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진료실 이야기


진료실 장면을 들여다보자. 전국 각지에서 본인에게 적절한 습관을 찾기 위해 모여든다. 항상 첫 질문은 동일하다.

어떻게 오셨어요?


대부분 식습관에 대한 상담을 하러 오신 것을 잘 알면서도 굳이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이유가 있다. 나의 첫 질문에 대한 환자들의 대답 또한 대부분 동일하다.

"체질에 맞는 음식을 알고 싶어서요."


이 대답을 듣고 난 다음에는 꼭 이렇게 이야기한다.

체질에 맞는 음식을 알기 이전에, 나에게 안 맞는 음식을 먼저 아셔야 합니다.


물론, 나에게 적합하지 않은 습관을 빼는 노력이 건강 회복을 보장하는 만능열쇠는 아니다. 하지만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조건임에는 틀림없다. 이 글의 제목은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온 마음을 담아 하고 싶은 말이다.

Do Not!


뭔가를 열심히 실천하기 전에, 해로운 습관을 제거시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건강을 회복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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