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식습관 빼기
후코이단, 꽃송이버섯, 브라질 넛트, 셀레늄, AHCC, 헤모힘, 트랜스퍼 팩터, 실큐 아미노산, 홍잠
위에 나열한 식품들의 공통점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면, 당신은 암 환자이거나, 그 가족이거나, 암 관련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식품들은 암 환자의 면역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그래서 수많은 암 환자들이 열심히 복용 중이거나, 복용해봤거나, 앞으로 복용 예정인 식품들이다. 물론 면역력이 저하되어 발생되는 다양한 만성질환 환우들도 관심 있는 경우가 많지만, 특히 암 환우들 사이에서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암을 비롯한 여러 만성질환 환우들이 나에게 ‘이러한 식품들을 먹는 것이 면역력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까요?’라고 묻는다면 오히려 반문하며 다른 질문을 던진다.
면역력이 뭔지는 정확히 알고 계시나요?
대부분의 환우들은 이러한 질문에 정확히 답을 하지 못하고 애매한 대답만 늘어놓기 마련이다.
"암세포 잡아먹는 거 아니에요?"
"우리 몸을 지키는 힘 아닌가요?"
책에서나 인터넷 검색창에서 보고 들은 기억을 어렴풋하게 떠올리며 답변을 한다. 면역학은 인체에 대한 전문가인 의료인들조차도 그 실체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100%의 정답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면역력이 어떻게 유지되고, 면역력이 유지되기 위해 어떠한 조건들이 필요한지에 대한 고민도 하지 않은 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이러한 식품들만 장기적으로 복용하면 면역력이 오르는 것으로 착각하고 산다.
평소 건강한 사람들은 면역력에 대한 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면역력에 대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은 스스로의 몸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나, 주변에 건강의 문제로 고생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아주 건강한 고등학생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학생의 머릿속에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고민이 자리 잡고 있을까? 단언컨대, 이 학생의 머릿속에는 면역력이라는 단어는 생물시험을 보기 위해 시험공부할 때만 떠오르는 단어일 것이다.
우리는 건강할 때는 면역력에 대해 고민조차 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면역력이라는 것은 우리 몸이 건강할 때는 우리가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평소 먹고 마시고 생활하는 가운데 일정 수준 이상을 알아서 유지하면서 우리 몸을 지키고 있다. 따라서 건강할 때는 면역력의 필요성에 대해 고민할 기회조차 없다. 만약 면역력에 대한 고민이 머릿속에 가득하다면 건강에 이상이 있을 확률이 높다.
적절한 면역력이라는 것은, 우리 몸의 섭씨 36.5도의 체온, 100 정도의 공복혈당, 120-80 정도의 혈압 등 여러 가지 생체신호처럼, 우리 몸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면 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외부환경과 생물체내의 변화에 대응하여 순간순간 생물체내의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현상을 일컬어 항상성이라고 하는데, 면역력 또한 인체의 항상성 유지 능력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때는 여러 가지 변화에 대응하여 인체를 보호한다.
인체의 항상성 유지를 위해서는 자율신경계와 호르몬 계통의 정상적 기능이 발현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항상성 유지 능력의 일환인 면역 조절 능력이 제대로 우리 몸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율신경계와 호르몬계가 정상적으로 작동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과연 특정 음식을 섭취하는 것 만으로 인체의 면역력의 정상화가 이루어질까?
식습관, 자세, 수면습관, 스트레스, 배변습관 등 삶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생활습관 요소들의 문제가 겸해지게 되면 결국 인체의 항상성 유지 능력은 낮아지게 되고, 면역 조절 능력 또한 저하되어 우리 몸을 지켜내기 힘들어지면서 질병이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건강 회복을 위해 우리가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 만약 자율신경계와 호르몬 계통의 정상적인 기능이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건강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이 않을까? 식습관과 관련하여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글의 서두에서 열거한 여러 가지 식품들을 애써서 먹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의 정상적인 기능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부적절한 식습관 요소들을 제거시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건강을 회복시키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특별한 식품을 섭취하기보다는 가장 먼저 내 식단에서 나에게 적합하지 않은 음식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제거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음주, 흡연 등 누가 봐도 좋지 않은 습관을 끊어내야만 한다. 역설적으로, 건강은 부적절한 식습관을 버릴수록 나에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진료실 이야기
부적절한 식습관으로 인해 나타나는 가장 기본적인 변화는 신체 여러 부위의 부종과 피부색의 변화다. 손발이 붓거나, 얼굴이 붓거나, 때로는 소화기관에 수분이 정체되어 위장관의 운동을 저하시킨다. 얼굴빛이 어둡고 생기가 없어지기도 하며, 피부에 울긋불긋 색의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상담을 통해 부적절한 식습관에 대해 티칭 한 다음, 가장 먼저 안 맞는 음식을 반드시 끊으라고 지시한다. 식습관 관리에도 순서가 있다. 안 맞는 음식을 3개월 정도 제한하면 어느 정도 정상적인 내장기의 기능이 회복된다. 부적절한 음식을 제한하는 단계를 무시하고 몸에 유익한 음식을 섭취하려 든다면 대번에 알러지 반응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단지 부적절한 음식을 끊었을 뿐인데도 스스로 자각할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는 상당하다. 체중이 감소되고, 더부룩한 증상이 사라지고, 부종이 가라앉고, 피부색이 밝아진다. 식습관 상담을 위해 소개를 받아 내원하는 많은 환우들에게 어떻게 내원하셨는지 여쭈면 비슷한 답변을 하곤 한다.
"모임에서 지인을 만났는데 살도 빠지고 얼굴빛이 건강해 보여 물어봤더니 원장님 이야기를 하더군요."
단순히 부적절한 식습관을 뺀 것밖에 없는데도 몸이 상당히 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건강의 회복을 위해 비싼 식품을 먹어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건강한 삶을 원한다면 가장 먼저 부적절한 식습관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러한 습관을 적극적으로 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