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운동습관 빼기
암 환우들이 요양병원을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는 요소 중 하나가 산에 얼마나 인접해 있는지에 대한 여부다. 많은 암 환우들이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운동으로 등산을 선택한다. 언론에서 말기 암 선고를 받고 산에서 생활을 하면서 암을 극복한 사례를 보여주기도 하고, 편백나무숲의 피톤치드가 면역력을 높인다는 이야기를 전하면서 등산을 강요한다. 걷기 또한 암 환우들이 열심을 다해 실천하는 운동 중 하나다. 하루라도 산책로를 걷지 아니하면 발에 가시라도 돋치는 것일까?
그런데 정말 등산이나 걷기 운동이 면역력을 높여주고 암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까? 무작정 등산을 하면서 땀을 흘리고 맑은 공기를 마시면 암을 이겨낼 수 있을까? 물론 등산은 좋은 운동이다. 걷기 운동 또한 마찬가지다. 땀을 내고, 움직이고, 걸으면서 혈액 순환을 개선시켜 주면 당연히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등산을 하고 걷기 운동을 하기 이전에 확인해 봐야 할 것은 과연 내 몸의 균형이 바르게 유지되고 있는가이다. 운동에 대해서도 일반적인 상식과는 반대로 암 환우들에게 반복적으로 강조하곤 한다.
운동하지 마세요!
생뚱맞게 운동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면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다. 그래서 여러 가지 책이나 논문을 보여드리면서 내 이야기가 옳음을 증명해 드리기 위해 노력한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서적 가운데,
'진짜 건강하려면 운동하지 마라'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차라리 운동하지 마라'
이러한 제목의 책들이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이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비슷하다.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해롭다.
건강을 위한 운동은 밸런스를 회복시켜 근골격계통의 구조를 바르게 하는 운동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면역력은 우리 몸의 정상적인 기능의 일부이고, 이러한 정상적인 기능은 항상성을 유지하는 능력에 의해 유지되는 것이다. 항상성이란 변화하는 내/외부 환경에 대해 체내 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하여 생명활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제어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인체의 항상성은 자율신경과 호르몬의 상호작용에 의해 조절, 유지된다.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척추에서 시작되어 인체 대부분의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척추와 골반의 밸런스가 무너져 있다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조절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척추와 골반의 균형이 전제되어야 자율신경의 정상적인 기능이 유지될 수 있으며, 자율신경의 정상적인 기능이 유지되어야 인체는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고 면역 조절 능력을 정상적인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암 환우들이 선택하는 등산과 걷기라는 운동을 실행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확인해 봐야 할 것은 내 몸의 균형이 얼마나 잘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틀어진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스트레칭이나 요가 등의 운동을 꾸준히 반복하여 우리 몸의 균형을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만약 심각하게 밸런스가 무너져 있다면, 걸으면 걸을수록 오히려 건강은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M.D 앤더슨, 존스홉킨스, 메이요클리닉, 메모리얼 슬로언 캐터링 등 미국의 주요 암센터에서 수술 후 암 환자나 항암, 방사선 치료 중인 환자에게 강조하는 공통적인 운동이 바로 요가이다. 요가와 명상을 통해 심신안정 및 이완 효과를 얻고자 함인데,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뿐만이 아니라 근골격계통에 대한 이완 효과가 암 환자의 여러 가지 증상을 다스리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걷기나 달리기 등의 전신 운동에 앞서 요가나 스트레칭 같은 이완 효과가 큰 운동을 통해 인체 근골격계통의 균형을 회복시키고 자세를 바르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Hudson이라는 의사가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다리 길이도 같고, 통증도 없는 정상인 발의 한쪽에 1.9cm의 쐐기를 넣어 생활을 하도록 한 결과 3일이 지나니 엉덩이 통증이 생겼고, 일주일 뒤부터 허리에 당기는 느낌을 보고하였으며 3주일 후에는 규칙적으로 야간통이 발생하여 잠을 자기 힘든 상황까지 발생했다고 한다.
다리 길이의 차이 그 자체가 곧바로 몸에 문제를 발생시키지는 않는다. 문제는 골반이 틀어지고 척추의 균형이 틀어지게 되면 궁극적으로는 척추 자율신경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고, 이는 면역력을 떨어드리고 인체의 회복력을 제한하기 쉽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위 ‘책상다리’라고 지칭하는 좌식 생활 습관을 갖고 있다. ‘책상다리’ 자세는 좌측과 우측의 불균형을 야기하기 쉽다. 평소 편한 방향으로 다리를 올리던 것을 반대로 하면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은 오랜 기간 특정 방향으로 몸이 틀어진 상태가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습관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다리는 짝짝인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한 자세로 오래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은 더욱 틀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골반과 척추가 틀어진 상태에서는 모든 운동에 앞서 반드시 스트레칭을 통해 근골격계통을 바르게 만들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육체적으로 매우 발달되어있는 운동선수들은 ‘준비 스트레칭 – 본 운동 – 마무리 스트레칭’의 3박자를 잘 지켜 운동한다. 하지만 그들보다 육체적으로 훨씬 약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트레칭 후 운동을 무시하면서 무작정 산행만 고집하는 것으로 보면 대단한 강심장이라 느껴진다.
암을 극복하기 위해, 그리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무작정 운동부터 하고 보는 습관을 철저히 버리자. 운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내 몸이 운동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내야 한다. 심각하게 자세가 좋지 않은 사람들은 자세교정치료와 함께 스트레칭을 꾸준히 생활화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반드시 스트레칭은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진료실 이야기
최근 독일에서 활동하는 김세연 선생의 KSNS '스본 스도' 치료법을 흥미롭게 연구 중이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 발가락과 발, 그리고 다리의 근육을 가볍게 풀어주는 것 만으로 여러 가지 복잡한 질병들이 호전되고 삶의 질이 높아진다.
이 치료법을 응용하여 환자들에게 시술해 드리면 환자들도 놀라고, 나도 놀란다. 평소 골반과 척추의 밸런스를 회복시키는 것을 위주로 치료해 왔는데, 발과 하지의 밸런스를 회복시키는 노하우를 접목시킨 후 치료 시간이 많이 단축되었다.
다소 허무해 보이는 '스본 스도' 치료법의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하지 근육의 임밸런스의 원인을 파악하여, 그 원인을 제거시켜 주는 것이다. 골반과 척추의 교정도 원리는 동일하다. 근육의 임밸런스만 바로잡으면 된다. 치료를 통해 밸런스를 회복시키고 나면 여러 가지 불편함이 잘 해소된다.
걷는 운동을 하기에 앞서, 근골격계통이 이루는 균형이 바로 서야만 한다. 만약 균형이 바르지 못하다면, 차라리 운동하지 말자. 무작정 운동부터 하고 보는 습관을 빼야 건강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인체의 정상적인 기능의 회복을 위해서는 균형의 회복이 전제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