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치우친 습관 빼기
한국 사람들은 열심히 산다. 한국 사람 특유의 부지런함은 세계적으로도 익히 알려져 있다. 다른 나라에선 1년 걸릴 공사가 한국 사람이 맡으면 수개월 내에 마무리되는 것은 한국 사람 특유의 부지런함을 보여주는 일면이다. 또한 한국사람들은 성격이 급하다. 한번 마음먹으면 빨리 해치워야 직성이 풀린다. 이러한 한국인의 부지런함과 '빨리빨리' 문화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뤄냈고, 앞으로도 대한민국이 세계를 선도할 나라로 꼽히는 가장 큰 한국인의 문화적 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사람들의 부지런함과 급한 성격은 암 환우들의 생활습관 관리에서도 나타난다. 부지런히 걷고, 열심히 먹는다. 누군가 특정 암에 좋은 음식이라는 소문이라도 들으면 빨리 그 음식을 먹어야만 암이 나을 것 같은 생각에 스마트폰을 뒤적거리고, 텔레비전의 건강 방송에서 특정 식단이 면역력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지면 너도 나도 그 식단을 따라 하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한국인의 큰 장점으로 꼽히는 부지런함이 암 환우를 비롯한 건강을 회복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독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선택한 음식이 오히려 나에게 해롭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채로 부지런히 먹는다거나, 몸이 삐뚤어져 있는데도, 매일 열심히 걷고 산행하여 오히려 임밸런스를 심화시킨다면 건강을 더욱 나빠지게 할 수 있다. 특히 암 환자의 면역력을 높인다는 음식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의 경우, 특정 음식이 좋다고 알려지면 유행처럼 번져 나가면서 너도나도 먹기 시작한다. 오늘도 먹고, 내일도 먹고, 그다음 날도 또 먹고. 몇 가지 식품을 쉬지 않고 꾸준히 계속해서 먹는다. 그저 암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겠거니 생각하고 먹는 데에만 열중이다.
암 환우의 회복을 위한 음식 관리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내 체질에 적합하지 않은 음식은 가급적 제한하고, 나머지 음식들은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다. 먼저는 부적합한 것을 끊는 것이요, 그다음으로 나머지 음식들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 몇 가지 음식에만 치우쳐 그것만 계속해서 섭취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정확한 확인을 통해 내 체질에 가장 적합한 음식이 무엇인지 알고 먹더라도, 특정 음식들만 계속해서 먹는 것보다는 나에게 해롭지 않은 음식들을 골고루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보자. 소장 세균 과증식증(SIBO)이라는 증상이 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위와 가까운 소장 부위에는 위산의 영향으로 세균이 거의 자리잡지 못한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 이를테면 제산제의 과다 복용처럼, 위산의 분비가 제한되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소장에 세균이 증가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상태를 소장 세균과 증식증이라 부르는데, 세균이 식이섬유를 먹이 삼아 분해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가스를 만들어낸다. 식후 더부룩한 느낌이 들고 변비나 설사 경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때, 세균이 가장 좋아하는 먹이 중 하나가 사과인데, 만약 사과가 잘 맞는 목양 체질이나 수양 체질, 수음 체질이라 하더라도, 위산이 줄어들어 소장의 세균이 번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면 사과를 먹을수록 오히려 속이 더 더부룩하고 변비나 설사가 심화될 수 있다.
인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환자들의 경우, 복잡한 인체 내부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따라서 체질적으로 잘 맞는 음식이 오히려 탈이 나는 경우를 하나하나 분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몇 가지 음식에만 치우치기보다는, 부적합한 음식을 제외한 나머지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술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술 조차도 열심히 마신다. 서양인들은 맥주 한 병 시켜놓고 홀짝홀짝 마시면서 이야기하며 즐기는 술 문화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부어라 마셔라 필름이 끊길 때까지 술을 마신다.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계속 마신다.
우리 몸은 일정한 데미지를 입으면 회복시킬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계속해서 반복적으로 데미지를 입히면서 회복될 여유를 두지 않는다면 결국 필연적으로 질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술도, 음식도, 담배도 매일매일 똑같이 섭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암 진단을 받고 나면 당연히 일반적으로 해롭다고 인식되는 술, 담배야 절제하는 경우가 많지만(때로는 간 이식을 받고도 음주를 일삼는 분도 있다...) 음식의 경우는 나에게 해로운지 이로운지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잘못된 방향으로 치우치지 않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내 체질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
진료실 이야기
에피소드 1. 우리 교회 목사님 아드님의 이야기다. 평소 두 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첫째는 자세에 대한 문제요, 둘째는 음식에 대한 문제다. 어릴 적부터 근육질의 몸을 자랑스럽게 여기곤 했다. 게다가 남자다움의 극한을 뿜어내는 해병대를 다녀왔으니 육신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을 온몸으로 내뿜고 살았다. 하지만 고질적으로 탈장으로 인한 좌하복의 통증을 느끼며 살았고, 군대에 다녀와서 신학대학에 복학한 이후 오랜 시간 앉아서 지내면서 통증은 심해져만 갔다.
체형을 자세히 분석해 보니, 흉추가 상당히 틀어져 있었고, 발 모양 또한 틀어짐이 관찰되었다. 흉추의 틀어짐은 근육을 키우면서 밸런스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 탓으로 생각되었고, 발 모양은 어릴 적부터 자라온 환경의 문제로 판단되었다. 흉추의 틀어짐이 확연했기 때문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멈추고, 반드시 스트레칭을 통해 척추의 밸런스를 회복시킬 것을 지시했으나, 큰 자부심이었던 근육을 포기할 수 없어 운동을 지속했다. 결국 헬스클럽에서 운동 중 의식을 잃어 대학병원에 실려가는 사건을 경험하고서야 척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는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운동을 하더라도 한 가지 운동에 치우치기보다는, 그 운동이 나의 밸런스 회복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정확히 확인해 가면서 전신의 밸런스를 회복시킬 수 있도록 정확히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골프 등 몸을 한쪽만 사용하고, 한 방향으로만 회전시키는 운동은 밸런스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주의하도록 하자.
에피소드 2. 음식 상담을 하다 보면, 한 종류의 음식만 지속적으로 드시는 분들이 많다. 예전 체질 음식 상담을 처음 하던 시절에 많은 어려움을 겪던 부분이 바로 음식에 대한 반응이다. 분명 체질에 맞는 음식을 드시라고 이야기를 했고, 환우님께서는 그 음식을 잘 챙겨 드셨다고 하는데 증상이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몸이 안 좋아지는 것을 경험하기도 했다.
왜 그럴까 고민하고 또 고민하며 진료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많은 환자들을 보면서 경험이 쌓여가며 자연스럽게 해결된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까지 살아온 습관을 의식하지 못한 채로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식습관이 치우쳐 있는 경우, 나에게 안 맞는 음식을 꾸준히 먹고 있음에도 그 음식을 먹고 있다고 자각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예를 들어 목양 체질에게 해산물이 해롭다고 이야기하면, 해산물을 잘 안 드신다고 말씀하시는 분이 있다. 그런데 자세히 상담해 보면, 여러 가지 해산물을 무의식 중에 먹고 있는 경우가 많다. 멸치 다시마 육수, 멸치 볶음, 오징어 진미채 볶음, 건새우 조림 등 밑반찬으로 올라오는 상당히 많은 음식들이 해산물로 만들어진다. 간과하기 쉬운 해산물들을 하나하나 읊다 보면, 그제야 해산물을 많이 드시는 것을 깨닫곤 한다. 해산물이 잘 안 맞는 사람의 경우, 천일염을 쓰는 것도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갑자기 혼란스러워한다.
식습관이건 운동이건, 많은 사람들은 삶을 살아오면서 습관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많다. 치우쳐 있는 습관을 바른 균형을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바꿔내면 건강은 자연스럽게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