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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sicine Feb 19. 2019

Do Not Act! (like the Past.)

건강을 위한 익숙함 빼기

현재 나의 모습은 과거 내가 선택한 것들의 결과물이다. 나에게 뭔가 문제가 발생했다면 당장 멈춰 서서 거울을 바라보자. 내면의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과거 내 삶을 찬찬히 되짚어가다 보면, 내가 선택한 여러 가지 일들 가운데 문제점들이 발견된다. 내가 현재 질병에 걸려 고생하고 있다는 것은, 내가 그동안 선택해 온 여러 가지 습관들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크게는 식습관, 자세부터 시작해서 수면습관, 배변습관, 운동습관, 음주습관, 흡연습관, 스트레스 등 나의 삶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습관들이 건강 회복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질병에 걸려 여러 가지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계속해서 악화되고 있다면, 과감히 내 삶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내려놓자. 직업도, 집도, 취미도, 특기도, 운동도, 먹는 것도 모두 내려놓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나를 바꿔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하루를 구성하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들은 반드시 내려놓는 것이 좋다. 직업과 집이 그렇다. 직장과 집에서 거주하는 시간을 합하면 적어도 근무시간 8시간에 수면시간 8시간을 더하면 16시간을 지내게 된다. 하루의 2/3 이상을 직장과 집에서 보내는데, 이 공간을 버리는 것이 건강의 회복에 매우 중요하다. 


갑자기 직장과 집을 버리라니 이게 무슨 생뚱맞은 소리인가 싶겠지만, 이유를 들어보면 납득이 쉬울 것이다. 직장에 가면 습관처럼 담배를 태운다. 스스로는 끊고 싶어도 직장 동료들이나 상사들이 가만 두지를 않는다. 업무 시간 동안에는 자세를 바르게 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싶지만 도저히 눈치가 보여 스트레칭을 하기 힘들고, 운동할 틈도 나지 않는다. 하루 종일 앉아 있게 되고, 자세는 더욱 구부정해진다. 일 끝나면 회식자리가 이어진다. 술을 마시기 싫지만 아직까지 술을 강권하는 문화가 남아 있어 녹록지 않다. 또한 회식 음식도 나에게 안 맞는 것만 선택된다. 


일을 다 마치고 집에 오면 늘 먹는 음식을 먹고, 소파에 앉아서 텔레비전 시청을 한다. 밀린 업무가 덜 끝난 경우 컴퓨터 앞에 앉아 또다시 구부정한 자세를 유지한다. 내가 익숙하던 공간에서는 어디에 어떤 물건이 있고,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 육체가 본능적으로 기억하고 있다. 습관화된 움직임은 내가 미처 의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그 행동을 시작하곤 한다.


내가 늘 하던 행동들을 버려내지 않으면 자세를 바르게 하고 식습관을 개선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늘 하던 행동들을 버리기 위해서는 익숙한 삶의 공간으로부터 잠시 떠나 있는 것이 좋다. 익숙한 공간 속에서는 머리가 아닌, 몸이 기억하여 행동에 옮기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그러한 이유로 평소 암 환우들에게 암 진단 후 일정 기간 동안에는 입원 치료를 받는 것을 매우 강조한다. 익숙한 공간을 떠나 병원이라는 불편하고 어색한 공간에 있으면서 내 습관을 되돌아보고 하나하나 버리고 개선시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좋다.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는 기간 동안 내가 환자들에게 매주 강의를 통해 바른 식습관과 바른 자세 등에 대해 반복적으로 학습시키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익숙한 삶의 공간을 떠나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는 기간 동안 내 삶을 되돌아보고 문제를 발견하여 하나하나 버리는 노력을 하는 소중한 시간에 나쁜 습관을 하나라도 더 버리도록 학습시켜드리고, 관찰하여 바르게 인도하는 것이 이 시대의 병원과 의사의 사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평소 처음 내원한 환우들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들은 생활습관을 파악하려는 내용들이 많다.


'어떤 일을 하셨어요?'
'어떤 음식을 좋아하세요?'
'하루에 몇 시간 정도 텔레비전을 시청하시나요?'
'컴퓨터로 작업하는 일이 많으세요?'
'운전을 오래 하는 편이신가요?'
'술을 자주 드세요?'
'담배는 하루 몇 갑 정도 태우시나요?'
'암 수술 외에 다른 큰 수술을 받은 적 있으신가요?'
'어릴 적 크게 다친 기억 있으세요?'
'평소 드시고 계시는 약 있으신가요?'


환자들의 생활습관을 자세히 파악할수록, 왜 그 환자의 몸에 문제가 발생했는지 정확히 파악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한두 번 본 환자들 보다, 오랜 기간 봐온 환자들의 생활습관상 문제에 대해 더욱 깊이 있게 알 수 있다. 침묵하고 있는 환자들보다 불편할 때마다 진료실에 찾아와서 불편한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의 문제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암 환자들에게 수술을 받은 직후 입원 치료를 권장하는 것이다. 항암치료 부작용과 방사선 치료 부작용을 캐어하는 과정을 통해 이 환자의 생활습관상 문제가 무엇인지 보다 깊이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오랜 시간 환자들을 관찰하다 보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확률이 높아진다.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환자의 깊은 내면에 위치한 문제까지 파악하게 되고, 환자를 이해할수록 몸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대학병원은 암세포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고 암세포를 제거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정작 암을 앓고 있는 환자 그 자체에 대해선 관심을 기울일 시간이 많지 않다. 암 환자에게 대학병원의 암 전문의만큼이나 환자 그 자체를 이해하고, 세심한 불편함까지 공유하고 있는 주치의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요양병원의 의사는, 한 명의 환자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함으로 환자를 이해하고 더 깊이 있는 문제점까지 파악하는 훌륭한 암 주치의가 되어줘야 하지 않을까?




진료실 이야기


얼마 전 암 수술 후 재발 및 전이된 환우가 대학병원의 치료를 포기하고 자연치료를 선택하겠다며 의견을 물어왔다. 직장도 그만뒀고, 시골에 별장이 있어 음식도 직접 해 먹으면서 최대한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아보고 싶으시다고 말씀하셨다. 큰 틀에서는 찬성이지만, 아직 내려갈 준비가 되어있지 않아 보였다.


환우님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전이 및 재발까지 된 상태에서 잘해야 몇 개월 정도의 기대수명 이야기까지 나온 마당에 그 힘든 항암치료를 더 받으시라고 말씀드리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시골에 내려가서 최대한 자연과 가깝게 살 수 있다면 그 선택은 찬성합니다. 
하지만 질문 하나 드릴게요. 뭘 드셔야 하는지 정확히 아시나요?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아세요? 아무런 준비 없이 무작정 내려가시면 오히려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뭘 해야 할지 몰라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구부정하게 앉아 암에 좋은 음식 검색하느라 하루를 소비하실 겁니다. 
시골로 내려가시더라도 저희 병원에 몇 개월이라도 입원하셔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우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익숙한 삶의 공간을 포기했다면, 그다음으로는 새로운 습관으로 채워 넣을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 병원과 의사의 역할은 더 이상 아픈 사람에게 주사를 처방하고 약을 처방하여 증상만을 경감시키는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생활습관이 무엇인지 반복적으로 학습시켜 환자의 삶을 바르게 인도하는 것이 소위 '선생님'으로 불리는 의사들의 역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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