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팔랑귀 빼기
진료실에서 종종 환자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운동은 자주 하시나요?
상당수의 암 환자들은 자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한다.
“일주일에 몇 차례씩 요가를 다닙니다.”
“거의 매일 등산을 해요.”
“자주 걸으면서 땀을 빼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럼 나는 다시 환자에게 질문한다.
운동을 왜 하시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때는 약간 자신감이 없어진다.
“운동이 좋다고 하니까..”
“암 환자에게 등산이 많이 도움이 된다던데..”
“등산을 하면 면역력이 높아진다던데요..”
많은 환자들이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맹목적으로. 그저 열심히. 그 노력이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되고 나의 건강 회복에 득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은 많지 않다. 그저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나만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따라 할 뿐이다. 옆 환자가 후코이단을 복용하면 나도 따라서 먹어야 할 것 같고, 옆 환자가 등산을 가면 나도 따라가야 할 것 같다. 그거라도 먹고 있으면 뭔가 좀 안심이 되는 기분이 든다. 운동이라도 하고 있으니 마치 건강해지는 기분이 든다. 말 그대로 자기 위안일 뿐이다.
남의 몸도 아니고, 소중한 내 몸의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해 하는 행위를 선택하는데,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들을 맹목적으로 따라 하다니! 우리나라 사람들의 급한 성격은 군중심리까지 이어져 남들이 좋다는 것은 유행처럼 번져나간다. 유행에 민감한 한민족의 특성 덕분에 첨단 IT 산업이나 패션 산업에서 대한민국이 세계적 유행의 흐름을 선도하는 나라가 되었지만, 건강의 영역에 있어서 만큼은 이러한 유행을 따르는 심리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맹목적으로 따라 하지 말고. ‘이 식품이 정말 나에게 이로울 것인가?’, ‘이 운동이 정말 면역력을 높여줄 수 있는가?’ 등 충분한 고찰을 한 다음 정확히 시행하는 것이 좋다.
남들이 다 하는 것은 나도 해야 마음이 편하다. 나만 안 하고 있으면 마음이 흔들리면서 뭔가 뒤처지는 기분이 들고 도태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군중심리에 휩쓸린 자기 위안적 행동방식으로는 나를 바꿀 수 없다. 뭔가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좋다. 건강 회복을 위한 음식을 먹는다면, 그 음식이 나에게 적합한지, 부적합한지를 따져보자. 또한 건강 회복을 위한 운동을 한다면 그 운동을 함으로써 내가 건강해지고 있는지를 수시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암 환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음식을 먹고도 암이 재발되거나 전이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면역력을 높인다는 음식을 지속적으로 먹고 있지만 여전히 면역력은 떨어져 있고 몸은 힘들고 암은 점차적으로 악화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합리화하며 꾸준히 유행하는 음식을 먹고 있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이러한 상황에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곤 한다.
"그나마 이걸 먹고 있으니까 이 정도로 버티는 거지..."
"이 식품을 안 먹었으면 진작에 몸이 더 안 좋아졌을 거야..."
물론, 그 식품 덕분에 그나마 이렇게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식품 때문에 지금처럼 몸이 안 좋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남들 다 먹는 후코이단, 아사이베리, 블루베리, 브라질 넛트, 차가버섯, 상황버섯, 그라비올라 등 암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식품들을 남들이 다 먹기 때문에 자기 위안 삼아 먹고 있지는 않은가? 이러한 식품들을 섭취하면서 내 몸이 정말 좋아지는가? 혹시 내 체질에 해롭거나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닌가? 곰곰이 생각해 보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검증해 본 다음 먹는 것이 더 좋다. 이런저런 음식을 찾아 돌아다닐 시간에 내가 가지고 있는 나쁜 습관부터 버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다.
또한, 요가를 한다면 요가를 하는 행위 그 자체가 내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지 않는다. 요가라는 운동이 신묘막측한 힘을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다. 건강해지기 위해 요가를 한다면, 정확한 동작을 통해 신체의 밸런스가 회복되어야 한다. 스트레칭도 마찬가지다. 그저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고 자기 위안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해보라. 내가 정확한 동작으로 스트레칭을 통해 내 몸의 균형이 회복되어야 내 건강을 회복시킬 수 있는 것이다.
건강을 지키는 데 있어서 '친구 따라 강남 가기'식의 군중심리에 이끌린 선택과 이후에 이어지는 자기 위안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확고한 원칙을 갖고 내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적절히 선택하여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암 환우를 비롯한 만성질환 환우들의 건강 회복에 바른 선택이라 생각한다.
진료실 이야기
최근 전주에서 내원하신 위암 수술 후 재발 및 췌장암 전이된 환우님의 이야기다. 1년여 전 위암을 진단받기 이전에는 매우 자주 술을 드셨다. 1차 위암 수술 이후 음주하는 습관은 완전히 버리셨고, 최대한 바른 습관을 실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셨다. 마침, 전주의 모 대학 한방병원의 교수님을 소개받아 상담했는데, 그 교수님도 위암 수술을 받으시고 잘 극복하셨던 경험을 말씀하시며 옻닭, 옻오리 등 옻으로 만든 음식을 권장하셨다.
이후 1년여 동안 옻으로 만든 음식을 자주 드시고, 암 환자의 몸을 따뜻하게 한다는 각종 음식들을 드시면서 열심히 관리했다. 하지만 결과는 위암 재발 및 췌장암 전이. 이 환우님의 체질을 살펴보니 토양 체질로 맵고 뜨거운 성질의 음식이 부적합한 분이셨다. 이 환우님은 살기 위해 선택한 음식으로 인해 내장기의 밸런스가 더욱 무너졌고, 결국 이로 인해 재발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어떤 사람의 면역력을 높이고 암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준 음식이 또 다른 사람에게는 오히려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암을 더욱 진행시킬 수 있다. 남들의 이야기를 듣고, 군중심리에 휩쓸려 마음이 흔들리고, 스스로의 몸 상태를 돌이켜 보지 않고 자기 위안하는 모습이 여러 암 환자들에게 공통적으로 관찰되곤 한다.
건강의 회복을 위해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단순하다.
남들 좋다는 거 따라 하지 마시고, 나에게 좋지 않은 것부터 하나하나 끊어나가세요! 건강의 회복 과정의 시작은 버리는 과정의 습관화입니다. 뭔가를 하기 전에 먼저 버리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