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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sicine Feb 20. 2019

Do Not Believe in Myself

건강을 위한 고정관념 빼기

"이래뵈도 내가 왕년에는 국가대표 선수였어!"
"아직까지 음식을 먹고 소화가 안된적은 없어요!"
"저는 술을 아무리 많이 먹어도 취해본 적이 없어요!"
"제가 마음만 먹으면 체중 20kg은 우습게 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과거의 기억과 경험에 의지해서 앞으로의 일을 판단하곤 한다.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이기 때문에 내 기억 속에 있는 것은 전적으로 신뢰한다. 그리고 떄로는 내 기억에 대한 믿음은 강한 확신을 넘어 자만심으로 이어지곤 한다. 이러한 자만심은 그 사람의 머릿 속에 요지부동의 프레임을 형성시키고, 모든 생각은 그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고정관념은 정신, 생각, 마음을 넘어 육체까지 영향을 미친다. 


생각의 틀이 확고해서 변하지 않는 만큼, 육체 또한 긴장되고 굳어져서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이러한 경향은 만성질환자일수록, 고령일수록, 중증질환자일수록, 남성이 여성에 비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경직된 사고가 육체를 망가뜨리고, 망가진 육체로 인해 사고는 더욱 경직된다. 만성질환 환자들은 여러 방면에서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나 관찰된다.


암 환우들과 상담을 하다 보면, 강한 사고의 틀을 깨뜨리지 못하는 분들이 많다. 자세를 바르게 하라고 티칭하면 왕년에 국가대표 운동선수였다며 육체에 대한 조언을 무시한다. 특정 음식이 맞지 않다고 이야기 하면 아직까지 음식을 먹고 불편한 적이 없다며 듣지 않으려 한다. 체중을 조절하시는게 좋겠다는 조언에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살을 뺄 수 있다며 자신만만해 한다. 심지어는 술을 끊으라는 이야기에 지금껏 한번도 취해본 적이 없다며 음주를 지속하는 환우도 있었다.


"암이 쉽게 낫겠어요?"
"신장은 한번 망가지면 회복이 안된다던데.."
"너무 오래된 증상이라 변할까요..?"


고정관념의 틀은 과거 건강하던 시절에 대한 과도한 육체적 자신감으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오래된 질병의 치료 과정중 발생한 고정관념은 더욱 강한 프레임을 형성한다. 만성신장질환 환우들의 경우 '한 번 망가진 신장은 절대로 되돌릴 수 없다'는 매우 강력한 프레임을 지니고 산다. 이러한 프레임이 형성 되면 문제는 매우 심각해진다. 망가진 신장을 되돌릴 수 없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이제 먹는 것도, 생활하는 것도 모두 놔버리곤 한다. 아무거나 먹고, 술도 마음대로 마신다.


식습관의 문제, 음주 습관의 문제, 자세의 문제, 스트레스 등 여러가지 생활습관상 문제가 겹치면서 만성신장질환이 발생하는데, 신장투석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면 이제 신장은 회복될 수 없다는 강력한 프레임이 형성되고, 지금껏 문제가 되었던 여러가지 생활습관상 문제를 개선시키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게 된다. 신장 기능이 많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 과거 습관의 문제가 무엇인지 철저히 파악하고, 그 문제를 끊어내기 시작하면 분명 신장이 더욱 망가지는 것을 막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사고의 경직이 심할 수록 근육 또한 굳어있는 경우가 많고, 체형 또한 틀어진 채로 완고하게 굳어버린 상태를 유지한다. 고정관념이 강하게 자리 잡을 수록 몸은 더 틀어지게 되고 잘 변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척추-골반 균형을 회복시키는 치료를 해도 다시금 원상복귀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치료해도 좀처럼 호전되지 않곤 한다. 과거의 경험과 기억에 의지해서 우리 몸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고정관념을 버리라는 이야기는, 결국 내 경험에 의지한 나의 생각을 버리라는 이야기다. 어찌 보면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은, 나를 버리고, 나를 비우고, 나를 낮추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경험한 것들에 대한 기억이 전적으로 진실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내가 직접 본 것이 진실이라 믿곤 하는데, 정말 내가 보고 듣고 만져본 것이 진실일까? 음식에 대해 상담을 하다 보면, 과거에 특정 음식을 먹고 반복적으로 불편했던 기억 때문에 그 음식이 본인에게 안맞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돼지고기를 먹거나, 소고기를 먹거나, 닭고기를 먹는 등 육류를 먹을 때 마다 소화가 안되고, 체하고, 더부룩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은 육류가 잘 안맞는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자세히 문진을 하다 보면 고기를 먹을 때 마다 청양고추를 즐겨 드시는 토양체질인 경우가 있다. 맵고 뜨거운 성질의 음식이 부적합한데, 매번 청양고추를 즐겨 드시면서 본인의 기억 속에는 육류가 소화불량의 원인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기억은 불완전하다. 불완전한 지식과 경험에 의거한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우리 몸이 변하기 시작한다. 고정관념의 틀을 부수고 틀 밖으로 나오면 육체 또한 완고한 증상이 풀어지기 시작하고 육체가 변하기 시작한다. 우리의 육체는 생각과 지식과 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심지어는 문자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우리가 우리의 몸을 제한하는 사고를 견지하면 우리의 몸 또한 변하지 않는다. 부정적인 것을 생각하면 우리 몸도 부정적인 방향을 향하고, 긍정적인 것을 생각하면 우리 몸도 긍정적인 방향을 향한다.


건강하고자 하면, 부정적인 고정관념의 틀을 버려야 한다.





진료실 이야기


최근, 전주에서 많은 환우들이 내원하고 있다. 전주의 한 교회에서 담임 목회를 하시는 여자 목사님께서 내원하셔서 상담 받으신 이후 주변의 목사님들께 권유 하셔서 내원하시고, 또다시 주변 목사님들을 소개시켜 주시고, 교회 성도님들을 소개시켜 주시면서 전주에 거주하시는 분들의 내원이 부쩍 늘게 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다른 지역의 환우들에 비해 전주에서 오시는 분들이 월등히 치료가 잘 된다는 것이다. 병원 직원도 느낄 정도로 전주에서 내원하시는 분들의 호전율이 높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분들에 비해 내가 지시한 내용을 매우 잘 '순종'한다. 젊은 원장의 이야기라 한번쯤 의심해 볼만도 하지만 일단 순종하고 지키고 본다. 이 분들이 순종을 잘 하는 이유를 분석해 봤다. 대부분 여자 목사님이 시무하시는 교회를 섬기고 있는데, 우리나라 정서상 아직 여자 목사님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자 목사님을 섬기고, 목사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훈련이 되어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젊은 원장의 말도 쉽게 순종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내가 지시하는 것이 무조건 옳다는 것이 아니다. 전주에서 내원하신 분들의 삶의 태도를 이야기 하고 싶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완고히 굳어버린 환자들과는 다르게, 삶의 많은 영역에서 긍정적이고 밝은 태도를 유지하며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원장님께서 시킨대로 음식만 끊었을 뿐인데 살도 빠지고 무릎 통증도 줄었어요."
"시킨대로 했더니 정말 손발이 따뜻해 지더군요."
"가르쳐준 대로 따라했을 뿐인데 주변 사람들이 뭘 했길래 얼굴이 이리 좋냐며 물어봐요."
"음식만 바꿨는데 몸이 가볍고 아침에 일어날 때 너무 편합니다."


전주에서 오신 환자분들의 이야기를 정리해 봤다. 음식 좀 가린다고 설마 몸이 좋아지겠어 하는 고정관념 없이 그저 시킨대로 바꿨고, 그 결과 몸이 호전되는 경험을 하신 것이다. 굳이 이런 사례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밝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유지하면서 의사의 지시대로 순종하는 환자가 부정적이면서 시키는 것마다 따르지 않는 환자에 비해 치료가 더 잘 된다는 사실에 대해 많은 의사들이 동의할 것이다.


건강의 회복을 위해서는, 나를 믿지 말자. 내 경험을 믿지 말자. 내 고정관념을 믿지 말자. 환자 스스로가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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