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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제 Feb 27. 2020

아직도 어제처럼 생생한
관광통역안내사 면접후기

관광통역안내사 합격자들의 이야기 4-2화 -  양고기(양태혁)

3. 면접 실전


나는 대전 산업인력공단에서 제일 마지막 시간인 일요일 오후2시에 면접을 보았다. 지하 1층에 마련된 대기실에서 영어권 관광통역안내사분들과 면접 대기실을 같이 사용했다. 정해진 입실 시간까지 대기하다가 면접시작시간이 되면 직원이 한 줄로 세운 후에 면접 순서가 적힌 뒤집어 놓은 이름표를 고르라고 안내했다. 이름표를 고르면 해당번호가 자신의 면접 순서가 된다. 면접 순서가 정해져 대기실에서 2층에 있는 면접장소로 다 같이 이동해 면접을 대기했다. 약 12명의 면접자가 있었고 순서대로 앉아 있다가 한 사람이 들어가면 다음 사람은 문 근처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고 면접에 들어갔다.


면접에 임하는 자세는 유튜브를 참고했고 주위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인드 컨트롤 했다. 특히 내가 평가 받는 게 아니라 가볍게 대화하는 시간으로 생각해 마음 편하게 면접에 임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다. 또한, 면접은 내가 미래에 훌륭한 관광통역안내사가 되기 위해 나 자신이 멋지게 노력하고 있는 단계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평가는 내가 하는 게 아니라 면접관이 알아서 하는 것이니 나는 내 생각대로 만약 모르는 질문이 나와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끝까지 어필해보겠다는 생각들을 계속 되뇌였다. 드디어 내 면접시간이 되었고 나는 기지개를 펴고 쉼 호흡 후 면접장에 들어갔다. 


내가 면접에서 받은 질문은 총3가지였다.


Q1. 조선왕조실록(일본어)

Q2. 한국의 전통 조미료(장)를 한국 식문화 연관 지어 설명(일본어)

Q3. 관광을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하는 이유(한국어)


마인드 컨트롤과 청심환이 무색하게 나는 실제 면접을 할 때 상당히 떨었다. 질문 하나를 잘못 이해해 면접관이 내 답변을 도중에 끊고 한국어로 면접 질문을 정정해준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상대적으로 좋은 점수로 면접에 합격할 수 있었다. 


내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까?

면접 때의 상황을 복기해보자면, 나는 태도 면에서는 항상 미소를 유지하면서 주의 깊게 경청하고 있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질문을 받을 때에는 살짝 몸을 앞으로 당겨 끄덕끄덕하면서 이야기를 경청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면접관이 질문 후 내가 답변을 하기 시작하면 면접관은 채점 항목을 보면서 내 질문의 답에 대한 사실여부 확인을 위해 또는 평가지에 채점을 하기 위해 종이에 필기 같은 걸 하며 종이만을 보면서 면접을 진행했다. 이에 따라 내가 유추하자면 표정과 태도 점수는 처음에 인사하고 들어가 자리에 앉으면서 첫 질문을 받기 전까지 정해지는 것 같다. 


질문에 대답할 때 나는 “나는 관광통역안내사다.” “외국인에게 한국을 알기 쉽게 설명해줄 것이다.” 라는 생각을 계속 되뇌며 쉽게 설명하도록 신경 썼다. 긴장한 탓일까? 나는 첫 번째부터 실수를 해버리고 말았다. 조선왕조실록 질문을 조선 왕릉으로 잘못 알아듣게 된 것이다. 나는 조선 왕릉에 대한 설명을 2분가량 하다 면접관이 내 답변을 끊고 한국어로 조선왕조실록이라고 정정해주었다. 나는 곧바로 사과한 뒤 조선왕조실록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을 평이하게 대답을 했고 면접관은 ‘이상입니까?’라고 더 이야기할 여지를 묻기도 했다. 그러나 실수로 인해 긴장이 되어 나는 ‘네’라고 대답했고 다음 2번째 질문을 받게 되었다.


2번째 질문은 날 떨어트릴 생각으로 어려운 문제를 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위에 적은 두 번째 질문은 내가 들은 질문을 요약한 것이고, 실제 질문을 생각해 보면 질문이 엄청 길었다. 질문 내용은 ‘한국은 지역마다 고유한 식생활 문화가 남아있어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의 특색 있는 음식을 체험하기 위해 한국 여러 지역에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예를 들면 발효문화를 활용한 지역 고유의 식문화가 있다. 그럼 여기서 질문하겠습니다. 이러한 설명을 참고해 한국 발효문화의 중심인 한국의 전통 조미료를 한국의 식문화에 연관 지어 설명해주세요.’라는 엄청나게 긴 지문이었다.


질문을 받고 긴장되었다. 그러나 나는 최대한 미소를 머금고 ‘한국의 전통 조미료에는 고추장, 된장, 간장이 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후 김치에 대한 예상답변을 정리했던 것이 기억나서 ‘고추장의 메인 재료인 고추는 16세기 임진왜란 시기에 일본으로부터 고추가 들어왔고, 이후 한국의 전통 식재료가 되었다. 한국의 대표음식인 김치를 포함해 현재 한국의 모든 음식에 폭 넓게 사용되고 있다.’ 라고 답변 했다. 이 때 처음으로 면접관이 내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끄덕 해주었다. ‘그리고 된장은 일본의 미소를 생각하시면 된다. 된장을 활용한 요리는 된장찌개와 청국장(한국어) 등이 있다. 간장은 일본의 쇼유를 참고하면 된다. 하지만 일본의 쇼유에는 단 맛이 있지만 한국의 간장에는 단 맛이 없다. 간장을 활용한 요리는 간장게장이 있다. 특히 일본인이 좋아하는 음식이다.’라고 답했다. 


이런 식으로 내가 일본인한테 설명해준다는 생각으로 고추는 일본으로부터 수입된 것이며, 된장은 일본의 미소를, 간장은 일본의 쇼유를 예를 들어 설명한 점과 간장게장이 일본인에게 인기가 많다는 점을 말했다. 돌이켜보면 아마도 앞 질문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었던 기회이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마지막 질문은 관광을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었다. 사실 면접 준비할 때 나는 ‘관광은 굴뚝 없는 산업’이라는 표현이 진부하다고 생각했고, 최근 면접기출문제가 아니어서 이 부분을 대충 공부했다. 낯선 질문일 수 있었지만 다행히 한국어로 면접질문이 출제되었다. 


나는 ‘관광은 실체가 있는 상품이 아닌 무형의 서비스 상품이기 때문에 그런 별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라고 짤막하게 답변을 시작했다. 사실 그 뒤로는 할 말이 기억나지 않아 관광의 특징으로 정리해둔 예상답변을 활용하여 답변을 마무리 지었다. ‘관광은 수출 없이도 국내에서 외화를 획득할 수 있고, 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내는 다양한 서비스가 복합된 산업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더 발전시켜 나아가야 할 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문장을 답변에 억지로 말을 껴맞춘 후에 답변을 마무리했다. 


상당히 긴장한 상태였기 때문에 자신감 없게 답변한 것 같았고 답변하는 데에 실수도 있었기에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면접 이후 최종합격을 기다리는 기간에 막연하게  붙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면접을 준비하면서도 준비할수록 내 실력이 모자란 것 같고 불안감도 많이 느꼈었다. 면접결과가 확실하지 않다보니 취업시켜줄 것도 아닌데 자격증 취득에 면접까지 봐야한다는 식으로 투정도 부렸던 것 같다. 


불안하게 합격발표를 기다렸고 이윽고 합격 발표 당일이 되었다. 큐넷 사이트에서 합격여부를 조회하니 나의 걱정과 달리 83.33점으로 생각보다 좋은 점수로 합격했다. 아마도 내가 부족함을 가지고 면접에 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면접관도 내가 생각하는 걱정과 불안감 그리고 평가면접이라는 상황을 감안하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렇게 후한 점수를 준 거라고 생각한다. 


4. 마지막 하고 싶은 말


관광통역안내사 자격시험을 준비하시는 수험생에게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관광통역안내사 합격 수기를 작성하게 되었다. 내 합격수기가 단순 자랑이 아니라 수험생이 한 번 쯤은 참고해볼 수 있는 공부방법으로 읽혔으면 좋겠다. 아마도 관광통역안내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하기 전에 이렇게 수고스럽게 합격수기를 찾아 읽는 성격의 사람이시라면 분명 관광통역안내사 시험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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