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에는 원인이 있다

미스 사이공 : 25주년 특별 공연

by 김김이

-미스 사이공-

*감독 : 브렛 설리반

*장르 : 공연실황

*2016.11.28.월

*롯데시네마





나는 뮤지컬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꽤나 비용적인 부담이 되서 자주 보지는 못한다.

나 나름의 버킷리스트가 있는데 웨스트엔드에서 4대 뮤지컬을, 브로드웨이에서 라이온킹을 보는 것이다.

영어 공부를 빡세게 해서 자막 없이.


사실 4대 뮤지컬에 대한 로망이 있다.

영화로 본 레미제라블에 로망이 더 커졌고, 오페라의 유령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고, 캣츠의 Memory까지..

하지만사실 오페라 나비부인과 혼동하고 있었을 정도로 미스사이공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런데 그 미스 사이공이 25주년을 기념해서 웨스트엔드에서의 무대를 스크린에서 한다고 하길래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20,000원에 뮤지컬을 어떻게 볼까 싶기도 하고, 페이스북에서 광고하는 예고편을 보니 보고 싶기도 하고 한국인 배우 홍광호가 출연하다고도 해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투이 역의 홍광호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미스사이공. 늘 그랬듯이 어렴풋이만 조사를 하고 그 기대감을 잔뜩 가지고 보게 되었다.









화려하고 대규모의 웨스트엔드의 미스사이공





비록 스크린이긴 하지만 현장의 생생감과 그 압도감이 느껴졌다.

역시 대작은, 웨스트엔드는 뭔가 다르긴 한 것 같았다.




헬기까지 등장하는 미스 사이공



영화관임에도 불구하고 넘버가 끝날때마다 박수를 치고 싶었고, 분위기가 가벼워질 때마다 소리내어 웃고 싶기도 했다.

인터미션이 없었긴 했지만 그래도 크게 좌석이 불편하지는 않았다.

갈라쇼가 없었으면 그냥 스크린으로 옮겨왔구나 했을텐데 5분의 인터미션 뒤에 있었던 갈라쇼가 있어서 더 현장감이 느껴져 정말 좋았다.

갈라쇼에서의 레아 살롱가의 The movie in my mind는 아직도 귀에서 맴돈다.


촬영감독이 바스트샷 성애자인가 싶을 정도로 아주 가까이서 찍기에 평소 뮤지컬에서 느낄 수 없었던 섬세함과 배우들의 표정연기 등의 디테일을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그것이 너무 과해 뮤지컬에서 전체 앙상블의 구도나 스케일 등 멀리서 볼 수 없었던 점은 아쉬웠다.








정말 대작이고, 멋있고 각 넘버들도 좋았으며 배우들의 연기부터 갈라쇼까지 모두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보는 내내 무언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화이트워싱일까?

아니다, 25년 전에는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일단 레아 살롱가는 백인이 아니고 (설정 자체가 베트남 소녀지만) 25주년 이 공연에는 홍광호도 킴 역의 에바 노블자다도 엔지니어 역의 존 존 브라이언스도 백인은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일까?



내가 가장 의문이 들었던 것은 볼 것이 많고 화려한 뮤지컬이였으나 이 뮤지컬이 왜 4대 뮤지컬인가에 대한것이다.


4대 뮤지컬은 어떤 기준으로 정해졌을까?

헬기, 바리케이트가 등장하고,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정도로 규모가 커서?

캣츠도 그만큼 규모가 컸나? 기억이 잘 안난다.




4대 뮤지컬로서 미스사이공에 대해 거북함이 들었던 것은 아마 내가 학교 전공 시간에 베트남 전에 대해서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베트남전에 대해 배우지 않았다면, 그저 주인공들의 성격에만 한정하여 불만을 가졌을 것이다.

너무 바보같이 믿은 킴과, 너무 빨리 잊은 크리스에 대해서만 말이다.

하지만 베트남전의 역사를 대략 알고 있는 지금은 그렇게 미스사이공이 달갑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베트남 사람들이 이 뮤지컬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만약 호치민이 전쟁에서 졌다면 베트남은 지금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


전쟁 당시 살기 위해서는 몸을 파는 것 뿐이 할 수 없는 여성들은 무엇을 잘못했기에 그러한 극한 상황에 처했는가?

아무리 전쟁이라는 절망적인 상황을 잊기 위해서라고 해도 그 전까지는 그렇게 성을 샀으면서 돌아갈 때가 되자 깨끗한 양 행동하는 크리스도, 킴은 괜찮을 것이라며 자신을 합리화하는 크리스의 부인도, 크리스만 믿고 기다리기만 하는 킴도 무언가 불편했다.


비록 앙상블에 포함되어 있긴 하나, 전쟁 때 입에 발린 말로

조국을 버리고 미국을 선택한 사람들을 끝내 외면하는 미국이 묘사되지 않는 것도 역시.



결국 자살이라는 액션을 취해 자신의 아들을 구원하는 킴이지만 그 모습에 나에게는 마치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읽었을 때 느꼈던 답답함이 느껴졌다.



킴의 사랑을 비극적으로 그리고 있으나 마치 영화 '디어 헌터'처럼 '전쟁에 참여했던 미군 역시 희생자야'라고 주장하는 듯한 크리스나 그 외의 출연자들의 모습에 미국의 반성이 누락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정말 구성적으로나 넘버로나, 규모로나 정말 멋지고 장대한 뮤지컬이었다.

뮤지컬 자체의 예술성은 정말 믿어 의심치 않는다.


물론 예술에서 역사를 논하는 것은 번외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수많은 뮤지컬 중에서 하필 미스 사이공을 세계 4대 뮤지컬로 포함해야 하는지는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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