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과 비참함

라라랜드

by 김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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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랜드-

*감독 : 다미엔 차젤레

*장르 : 드라마, 뮤지컬

*2016.12.20

*CGV






영화를 선택하게 되는데 있어서 첫인상격인 포스터는 참 중요하다.

포스터만으로 영화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그 영화가 바로 라라랜드다.




비록 감독의 전작 위플래쉬는 못봤지만 예고편 속에서의 노래와 춤, 색감 모두 매료되었다.


이상적인 판타지를 기대하며 당연히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영화의 첫 씬을 보며 터져나온 환호와 탄성에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잠시라도 현실적으로 나를 지치게 하는 것들을 잊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movie_image (7).jpg 역동적이고 상쾌한 오프닝 씬


LA에서는 무엇이든지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다.



LA에서의 화려한 삶을 사는 스타들이 많지만, 라라랜드의 주인공은 스타가 아니다.


movie_image (6).jpg 배우지망생 미아
movie_image (1).jpg 대중들이 외면하는 재즈 피아니스트 세바스찬


스타의 들러리 혹은 구경꾼 쯤인 주인공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나 자신을 투영시켰다.

스타가 되지 못한 나의 삶도 그들의 삶과 비슷하다고 느겼기에...



movie_image (4).jpg 세트장을 구경하는 그들


그들은 '꿈'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매번 좌절되고 만다.

오디션에서 떨어지거나, 일하는 곳에서 짤리거나.

그러나 그들은 그러한 자신의 모습에 '내가 선택한거야'라는 자기합리화를 하는데 그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의 애처로운 꿈은 서로에게 매료된 이후 구체적으로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movie_image.jpg 서로에게 매료되는 그들



그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꿈에 대한 존중과 애정이 생긴다.

그러면서 그들은 구체적으로 꿈을 그리기 시작한다.



movie_image (2).jpg 행복한 그들


꿈을 꾸고 사랑만 하며 산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기에,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꿈으로 향하는 그들의 모습은 내심 불안하다.


세바스찬은 결국 미아가 일인극을 준비하는 동안 자신의 꿈인 전통 재즈가 아닌 밴드에 들어간다.

밴드는 큰 성공을 하고, 세바스찬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밴드를 자신의 직업으로 삼고 투어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세바스찬의 말에 미아는 진짜 꿈은 어디 갔냐고 묻는다.


나는 사실 그때 미아가 답답했다.


세바스찬이 애초에 어떤 마음으로 밴드에 들어갔을지 알고 저런 말을 하는 걸까?

현실과 타협한 세바스찬에 비해 미아는 상대적으로 마음이 편해 보여서, '언제까지 대책 없이 꿈만 좇을래?'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현실과 꿈의 경계에서 그들은 삐거덕거린다.





결국 일인극에서 혹평을 들은 미아는 뒤늦게 온 세바스찬에게 말한다.



"재능은 없고 하려고 하는 열정만 가득한 사람들 있잖아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나 봐"



이 대사에 나 역시 눈물을 흘렸다.

마치 나를 향해 말하는 것 같아서.


나방처럼 꿈을 좇고 난 후에는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결국 미아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으로 모두 다 접고, 고향으로 내려간다.



이때 미아는 마치 나 자신 같았다.

꿈을 꾸지만 재능이 불확실한, 실패한 사람.





그러나



이 좋게도 미아는 자신의 연극을 보러 와준 이들 중 한 명의 캐스팅 디렉터의 마음에 들어 세바스찬의 도움을 받아 마지막 오디션을 보게 된다.






그렇게 5년 후, 둘은 각자의 꿈을 이루게 되지만 그 대가로 사랑을 잃는다.






꿈을 이룬 그들은 이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서로를 보며 '만약에' 둘이 함께했다 면을 상상을 한다.



movie_image (3).jpg 만약 함께 파리에 갔다면...



마지막, 그 아름다운 장면들을 보면서 나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


여러 감정들이 교차했지만 그중에 '비참함'이 있었다.

나는 나와 그들을 동일시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현실을 찾아가는 세바스찬을 응원하고 있었고, 미아가 실패를 맞고 눈물을 흘렸을 때 함께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들을 지독하게도 나와 동일시하며 점점 꿈보다는 현실을 쫓는 나를 정당화하기 위해 내심 미아가 실패하기를 바랐을지도 모른다.

레진코믹스의 웹툰 '초년의 맛'의 카페모카의 맛 편이 떠올리며 '결국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라고 자기위로를 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지막 장면을 보며, 사랑을 잃은 그들이 가엾거나 눈물나게 아름다워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기적인 나는 나에게는 과연 저런 대가라도 치를 순간이 올까?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책임을 지기 싫어 선택도 하지 않는, 도전도 하지 않는 꿈만 있는 내가 말이다.

사실 나와 그들을 동일시한 것은 웃기는 일이다.

그들과 나의 공통점은 꿈이 있다는 것이고, 차이점은 나는 열정적이지 않고 안주한다는 것이다.


나는 꿈꾸는 바보가 될 자격이 없다.



그래서 꿈을 이룬 그들을 보며 질투를 느꼈고, 꿈을 이루었지만 사랑을 이루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그들을 보며 나 자신에게 비참함이 느껴졌다.

사실 나는 미아가 말한 '그런 사람들'이 아닌데 말이다.




나에게는 이 영화가 현실적이지 않았다.






나는 뮤지컬 배우들의 발성이나 비뮤지컬 배우들의 발성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나에게 이 영화는 색감이나, 화면이나, 배우들의 연기나 나쁘지 않았다.




단지 나에게 이 영화는 환상적이었지만 비참했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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