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아이덴티티
*감독 : 나이트 샤말란
*장르 : 공포, 스릴러
*2017.02.22.수
다중인격이라는 소재는 나에게 항상 뭔가 신선하고 기대된다.
늘 그렇듯이 이러한 소재는 대중들을 관심을 받기 쉬웠고, 뻔할지도 모르지만 샤말란 감독은 분명 흥미로운 서사를 이끌어낼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제임스 맥어보이라니!
예고편들을 챙겨보면서 개봉할 날을 기다리며 기대감을 아주 키워갔다.
제임스 맥어보이의 원맨쇼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그의 연기가 돋보이는, 그의, 그에 의한, 그를 위한 영화였다.
하지만 나는 그 이상의 것은 보지 못했다.
사실은 영화를 보면서 조금은 기분이 나빴다.
주인공만이 부각되는 것은 어쩌면 다중인격 소재의 스토리의 한계일 수도 있지만, 매력적인 여주인공을 두고도 활용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저 제임스 맥어보이만 내세우는 원톱 영화였을까.
서사의 주인공은 케이시였고, 그녀는 주연이었지만 결코 영화의 주인공은 아니었다.
케이시를 비롯한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은 모두 희생양일 뿐이다.
납치를 당한 여자 캐릭터들은 현명하게 타협을 할 수도 있고, 총도 쏠 줄 아는 여주인공 케이시와 탈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액션을 취한다.
그들은 앉아서 울기만 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가기 위해 노력하지만 다 물거품이 된다.
영화 속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채 구원받는 것조차 실패한다.
플래처 박사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풍부한 의학지식을 가지고 있고 명망높은 학자에, 다중인격인 베리를 연구하고 상담하며 정보에서도 우위에 있는 '박사'다.
하지만 그녀는 그녀의 환자가 위험하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아무런 대처 없이 찾아가 봉변을 당한다.
결국 마지막에 살아남은 케이시는 어떠한가.
총을 다루며 침착하게 어린 헤드윅을 이용할 줄 아는 케이시가 살아남게 된 이유는 그녀의 능력이 아닌, 어릴적 삼촌의 학대로 인해 생긴 흉터를 통한 살인범의 관용이다.
물론 현실적으로 여성들이 남성 살인범을 물리치는 것은 어렵지만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희생자, 당하는 이로만 전락한 것은 너무 아쉽다.
감독이 여성캐릭터를 통해 보려주려 했던 것은 납치범의, 24번째 인격의 극악무도함뿐인가?
23개의 인격 중 3개 정도를 빼고는 제대로 표현되지 않아 아쉽다.
사실 23개의 자아와 소녀들의 추리 스릴러, 두뇌게임을 기대했지만 급 초인적인 힘이라는 판타지가 나와 힘이 빠지기도 했다.
후속편이 나올 것 같기도 하고, 후속편에서 케이시가 삼촌을 어떻게 할지, 어떻게 등장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번 편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아쉬운 영화다.
다음 편에 기대를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