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가우디투어

바르셀로나에서 셋째 날

by 김김이

누군가는 바르셀로나 5일을 있어도 부족하다고 하고, 2일이면 볼 건 다 본다고 한다.


바르셀로나에서 머무르는 날에 대한 의견은 모두 다르지만, 다들 입을 모아 말하는 것이 있다.

바로 가우디투어는 꼭 들으라는 것이다.


가우디가 없었더라면 바르셀로나가 그만큼 관광객이 많았을까? 나는 가우디의 건축물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바르셀로나의 8할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침 8시부터 시작하는 가우디투어를 위해 일찍부터 준비를 시작했다.

잘 잤냐는 내 물음에 엄마는 여전히 잠을 못 잤다고 했다.

어떻게 해서든 잠은 자야 한다던 한의원의 조언대로 오늘 밤에는 처방받은 수면제를 먹기로 했다.


해가 점점 뜨는 바르셀로나


겨울이라 그런지, 아직 해가 뜨지 않았다.

그럼에도 출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우리에겐 순간의 기억으로 남을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투어의 미팅장소에 가니 전날 야간 산책 투어를 할 때 본 얼굴들이 몇몇 있었다. 눈짓으로 인사를 하고 그렇게 어색한 침묵을 유지하며 가이드를 기다렸다. 가이드의 등장과 함께 해가 뜨기 시작했고, 투어도 시작되었다.


까사바트요


바트요의 집(Casa Batllo).

첫 시작은 까사바트요였다. 동생은 예쁜 건물이라며 까사바트요를 가장 좋아했는데, 아직도 아, 그 예쁜집?이라고 하는 것을 보면 끝내 이름을 외우진 못한 것 같다.


혼자 가이드투어를 들으면 설명에 집중할 수 있다.

대신 혼자 온 사람이 나뿐이라면 원하는 순간 사진을 남기는 것은 어렵다.

반면에 동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진을 남기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만, 사진을 남기느라 투어에서 뒤처질 수 있다. 동생의 사진을 찍어주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은 저 멀리 가고 있었다.

하참, 뛰어야 해! 셋이서 손을 잡고 투어무리를 향해 뛰었다.


엄마는 궁금한 것이 많은 열정적인 학생이었다.

투어를 하면서 종종 가이드에게 질문에 열심히 대답하기도 하고,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도 했다.


그걸 보면서 가이드가 있는 것은 정말 좋은 것이구나 싶었다. 가이드는 엄마의 다양한 질문에 성의껏 답을 했다. 엄마는 전날과 달리 가이드가 경력이 많은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우리는 이동을 택시로 하는 택시투어를 신청했는데, 택시기사와 스페인어로 대화를 나누는 가이드를 보면서, 좀 멋지다고 생각했다.

한국 안에서도 그렇지만, 밖에서는 유창한 외국어는 얼마나 멋있는 능력인지 새삼 깨닫는다.




택시를 타고 구엘공원에 도착했다.

비록 실패한 주택단지이지만, 공원을 둘러보는 사람들의 눈의 피로도까지 고려하며 건축을 했다는 가우디의 천재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설명이 끝나고, 공원 안으로 들어가 자유시간을 가졌다.


햇살이 너무 강해 선글라스는 필수인 구엘공원


우리는 벤치에 앉아서 초코바를 나눠먹고, 마저 공원을 구경했다. 공원 옆에는 학교가 붙어있었는데, 작은 운동장에서 뛰어다니는 학생들을 보며 저 애들은 이런 건축물을 보면서 자랐으니 창의력이 뛰어날 것 같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 나가기 전에 화장실도 두 번이나 가고, 기념품샵에서 여행의 첫 기념품으로 구엘공원의 시그니처인 도마뱀 키링도 구매했다.



이제 남은 것은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이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서 가이드가 없는 틈을 타 엄마에게 오늘 투어는 어떻냐는 물어봤다. 엄마는 택시도 타고 그래서 할만하다고 했다.

하지만 가우디투어는 여행 투어들 중에서 제법 난이도가 있는 투어로 유명하다.

그 이유는 바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때문이다.


다시 돌아온 사그라다파밀리아 성당


사그라다파밀리아 성당에 내려 자리를 잡았다. 우리 집은 천주교 집안이라 처음에 엄마는 사그라다파밀라아 성당에 담긴 종교적 의미에 꽤나 흥미를 가졌고, 대답도 곧잘 했다.

하지만 그 많은 양의 종교적 의미를 서서 듣다 보니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앉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가만히 서있는 것도 정말 쉬운게 아니며, 이래서 쉽지 않은 가우디투어구나 다시한번 깨달았다.

그렇게 성당의 뒤편까지 설명을 마치고, 투어가 끝났다! 우리는 첫날 성당 안에 들어가 봤으니, 밥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웬만하면 성당 주변에서는 밥을 먹지 말라는 가이드의 조언과 추천을 받아 숙소 근처인 람블라스 거리에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인지 식당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이 식당에도 투명가림막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안 쪽 자리를 안내받았는데, 건너편 테이블 사람들이 밥을 먹다가 별안간 마스크를 쓰고 대화를 하고, 다시 마스크를 벗어 밥을 먹었다.

우리는 스페인 사람들도 방역을 엄청 중요하게 여기는구나 생각했다. 물론 나중에 엄마와 다시 얘기하면서 생각해보니 동양인인 우리가 들어가서인 건 아니었나 의심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우리는 스페인에서 점심에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코스요리, 메누델디아를 주문했다. 돼지고기 스테이크가 안 익어서 음식을 바꿔달라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좋은 가격대에 괜찮은 고급식당이었다.


전식만으로도 배부렀던 식당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마트에서 올리브크림과 꿀국화차를 구매했다.

꿀국화차는 선물용이었는데, 마트에 세 개밖에 남지 않아서 세 개뿐이 못 샀다. 보일 때 미리미리 사둘걸 후회하며 숙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투어가 너무 고되었던 걸까? 좀 많이 피곤했다.

피곤이 찾아오자 동시에 이거 혹시 코로나?라는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요즘 시대에 일상을 살아갈 때도 그렇지만, 여행을 할 때는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은 피할 수 없다. 원래 계획은 바르셀로나 시내를 구경도 하고 쇼핑도 하는 것이었지만, 조금 쉬다가 가기로 했다.


그렇게 잠시 낮잠을 잔다는 게 일어나 보니 저녁 7시였다.

비명이 절로 나왔다.

밤에 잠을 자기 위해 안 자고 버틴 엄마는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있었다.

왜 깨우지 않았냐는 물음에 엄마는 여행 중에 적당히 휴식을 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는 원래 여행을 할 때 최대한 적게 쉬고 최대한 움직이는 타입이었는데, 나이를 먹어서 예전보다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며 엄마 말도 맞다고 생각했다.

한편 나와 비슷하게 잠에서 깬 동생이 거실로 나와 말했다.

우리 밥은 뭐 먹어?

내일은 바르셀로나를 떠나는 날이다.

바르셀로나에 대한 아쉬움을 간직한 채 남은 음식들을 다 해 먹고, 짐을 정리했다.



수면제를 먹은 엄마의 코 고는 소리가 작게 들린다.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나도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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