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드디어...곡성을 봤다.
비록 개봉 바로 다음날 페이스북에서 스포를 당했지만
온갖 스포성 글과 해석 글들을 보고 싶은 욕망을 이겨내고 영화관에 가서 봤다.
혼자 볼까 하다가 왠지 무서울 것 같아서 친구와 함께 보러 갔다.
아주 많은 블로그들에서 해석글들이 있기 때문에
해석글은 쓰지 말아야겠다.
솔직히 그 해석글들도 내가 영화를 보고 직접 느끼고 분석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쓴 해석글을 읽고 내 것이라고 여기는 글이니 말이다.
영화와 영화를 보고 난 이후 읽은 해석글에 대해 굉장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리뷰를 쓸 것인데
혹시나 스포가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 리뷰라고 할 것도 없다.
별거 없는 굉장히 소소한 영화에 대한 소감이다.
나는 이 전의 나홍진 감독님의 영화들은 본 적이 없었다.
추격자나 황해 개봉 당시 내가 미성년자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영화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영화가 내가 접하는 나홍진 감독의 첫 영화다.
소감은 꽤나 신경쓰이는 영화라는 것이다.
많은 리뷰글들에서 감독이 굉장히 불친절하다고 하는데
나는 불친절한지는 잘 모르겠다.
애초에 영화의 답이 있긴 했을까?
뭐 어쨌든 포스터든, 문구든, 영화 중간 중간이든 굉장히 힌트를 많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속옷도 그렇고, 자동차 주행 방향도 그렇고..
(그렇지만 내가 영화에서 읽어낸 힌트는 속옷 뿐이다)
다만 내가 그 힌트를 완벽히 읽어내지 못했을 뿐.
어쩌면 그 역시 감독의 의도였을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고 나서 얼마나 많은 리뷰와 해석글들을 읽었는지 모른다.
그 많은 글들을 읽었으면서도 사실 정확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
누가 악마인지 누가 선인지.
왜 무명이 처음 종구에게 의심의 불씨를 지핀건지,
일광의 종구에 대한 걱정은 진심은 아니였는지,
피해자들은 외지인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인지 아닌 것인지,
영화 속 외지인의 쫓기는 모습을 보고 들었던 나의 연민이 진짜였는지,
결말은 어떻게 된 것인지.
다만 나는 소시민적인 종구와 그의 딸이 단지 의심했다는 죄목으로 죽지 않고 살아남았기를 바란다.
(그러나 나홍진 감독이 처음 영화를 구상하게 된 계기가 주변의 선한 사람이 이유 없이 죽게 되는 것을 경험한 것이라고 했으니 죽었을 가능성이 큰 것 같다)
현혹되지 말라는 말은 꿈과 현실, 선과 악, 종교, 소문 등을 확신하고 믿지 말라는 것일까?
모든 것의 경계가 마치 영화 속 곡성의 날씨처럼 흐릿하다.
의심하는 순간 실현된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의심을 그만두고, 해석글에 휘둘리지 않고 그대로 느끼기로 했다.
영화를 한번 더 보고 싶은데
과연 내가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오는 피로를 또 다시 느낄 자신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