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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 Dec 19. 2018

룽게른의 숨은 별장

스위스를 제대로 누리는 나만의 방법

사실 유럽에 오래동안 살다보면 유럽 유명 관광지의 멋진 건축물들이 다 똑같아 보인다. 유럽 어느 국가를 가도 성당, 성, 성당, 성, 미술관, 성당, 성. 관광지에서 사람에 치이는 것도 한적한 삻을 누리던 유럽 생활에 젖은 사람으로써는 스트레스로 느껴지기에, 여행을 갈 때 그 목적이 휴양이라면 당연히 사람이 드문 곳을 찾게 된다. 


나는 유럽이지만 유럽같지 않은 스위스에서 나무로 지어진 어느 작은 별장하나를 찾기 시작했다. 어느 시골, 관광객들이 즐겨찾지 않고 현지인들이 편하게 일상생활을 할만한 그런 장소. 사실 정말 시골구석을 찾고 싶었지만 우리의 휴가는 길지 않았기에 직접 가서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모험을 하기에는 인터넷의 힘을 빌릴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골라낸 룽게른의 어느 별장.

이 호수가 룽게른이다. 우리의 호텔은 호수 맞은 편 저 끝에 위치해 있다.

룽게른 자체가 작기때문에 관광객들에게는 인터라켄으로 지나다 사진 한번 촬영하고 지나치는 호수이다. 간혹가다 식사시간을 놓쳐 허기가 질 때에 들를 수 있을만한 (아마도 참고 인터라켄으로 향할 확률이 높지만) 레스토랑과 겸업하는 이 낡은 호텔이 내가 심혈을 기울여 결정한 우리의 장소이다.


여행을 하면 사실 임펙트있는 추억을 남기기 위해 어느 정도는 웅장함이 있어야 하는데 사실 도착했을 때 내가 너무 모든 것을 포기했나... 너무 심심할까 하고 걱정했던 생각이 난다. 하지만 갔다와서 제일 기억에 남아있는 룽게른. 이유는, 여느 성당처럼 호텔의 외관을 보려고 온 것이 아닌! 호텔안에서의 시선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 것! 아침에 일어나면 약간은 차가운 공기와 눈이 부실 정도의 햇빛이 반사되어 창문사이로 넘실넘실 들어오는 그런 상쾌하지만 따듯한 느낌! 내가 넘나 원했던 것! 호텔에서의 럭셔리한 에어컨 바람보다 좋았다.

사진에 담지는 못했지만 점심 느지막히 창문에 걸터앉아서 호수에서 낚시하는 여러척의 배를 보며 너무나 평온함을 느꼈던 기억이 아직도 뚜렷하다. 여러 배 중에 강태공이 탄 배 하나가 있었는데 정말 고기를 불러모으는 사람인지 그 사람만 멀리서봐도 사람 팔뚝만한 고기를 계속해서 들어올렸다. 그 때의 그 장면, 보석같이 반짝반짝 빛이 나는 호수에서 물고기를 들어올리는 장면은 직접 낚시를 하고 있던 강태공보다 우리에게 더 좋은 기분을 선사한 것 같다. 

근처를 산책하다보면 목에 예쁜 방울을 달고 우리를 경계하는 듯한 소들이 있다. 남편은 소들은 순해서 공격하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했지만 저 전깃줄하나 믿고 소와 교감을 하기에 나는 덩치 큰 소가 너무 무서웠다 ㅠㅠ

소와 함께 사진을 찍어준다며 가까이 가보라고 했는데 소 옆에 선 순간 소의 콧김소리에 놀라 울먹거린 상황은 아직까지 놀림감이다. 투우보면 소 들이 공격하기 전에 콧김을 엄청 뿜어대던데.... 그냥 간지러웠었나보다. 

룽게른 호수 근처도 볼만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호텔안에서 느긋하게 경치를 즐기며 또는 내부 분위기를 즐기며 늘어져 있는 것이 나의 목적이었기에 많이 돌아다니지는 않았다. (진심으로 게으르고 싶어서 갔기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있어서 딱히 컨셉이 아니라 그냥 앉아있어도 컨셉처럼 나온다. 남편이 신문을 들고 있는건 컨셉이 맞다. 하하하.

현지인들이 생활을 하는 곳이기에 밑에서 운영되는 레스토랑에서는 잡은 지 얼마되지 않은 소고기와 저 호수에서 잡은 물고기(평소에 해물을 안 먹어서 생선이름에 취약합니다....)를 요리해준다능. 소고기는 삶은 고기였는데 글쎄, 너무 신선했던 것일까 나는 소고기에서 소똥냄새...가 나는 것 같아 많이 먹지는 못했다. 로즈마리도 물리치지 못한 신선한 비린내.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이 한끼의 가격이다. 유로로 80유로정도. 스위스는 정말 물가가 너무 비싸다.

경치가 잘 보이지 않는 밤에는 호텔주위를 돌아다니며 사진찍으며 놀고, 산을 타고 드라이브도 가고. 정말 세상에서 제일 값비싼 시간을 럭셔리하게 써줬다. 밤에도 사실 눈이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만년설이 보이는데 느낌이 꼭 하늘위에 올라가서 구경하는 느낌이었달까. 카메라가 내 눈에 담아내는 만큼을 못담아서 아쉬울 뿐이다.

내가 너무 좋아라 하는 나무나무한 내부. 밤이 와도 좋고 아침이 와도 좋은 날들은 참 오랫만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별장체험은 계속된다. 정말 나가서 보지 않아도 내 집 앞 호수처럼 즐길 수 있으니.... 여행 갔을 때만 해도 블로그 형식의 글을 쓰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유를 즐기기 바빠서) 아침식사의 사진이 없어서 아쉽긴한데 우리의 여행처럼 과하지않게 어느 시골집에서 할머니가 대접해주는 정도로 우유와 시리얼, 빵과 치즈,햄이 전부였는데 그게 그렇게 좋았다. 왜냐면 그 정도로도 정말 맛있었으니까. (아 계란도 있었다).


지금와서 보니 소박한 여행이라고 했지만 제일 럭셔리했던 여행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했던 여행은 집에서와 비슷한 생활을 환경만 잠깐 바꿧을 뿐. 지금 생각해보니 꽤나 사치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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