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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 Oct 13. 2020

이곳저곳 살아보니

해외 VS 한국

막상 해외에 사는 것이 별 것 아닌 것이라는 걸 아는 사람도 요새는 많지만 아직까지는 해외생활에 대한 동경이 국내에는 더 많은 듯해 보였다. 아니면 그저 "어머 해외에서 오래 살다 오셨네요? 거긴 어때요? 한국은 너무 살기 힘들죠?"등의 그저 뱉어주는 말들에서 내가 그들이 동경을 한다고 착각을 한 것일지는 몰라도, 유럽의 복지라던가, 미국의 자유로운 삶이라던가 또는 서양의 어느 정도 사회에 만연한 우리나라보다는 어쩌면 조금 더 선진화된 인문학적인 사상들을 동경하는 경우가 많았다.


코로나 사태를 겪고 해외 많은 뉴스를 접하면서 해외는 어쩌면 우리나라보다 더 막장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도 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여기서 동경하는 부문의 삶을 누리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아직도 그들을 부러워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개인적인 눈으로 보면 조금 그렇긴 하다. 우리나라는 유교사상이라고는 하지만 점잖고 멋있는 유교사상을 지키는 사람들보다는 유교가 남긴 기성세대의 비틀어진 꼰대나 시댁 문화가 많은 이들을 불편하게 하는 사회로 비추어지는 현시점이고, 그 뒤 세대들 또한 전반적으로 세련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나라가 이리저리 치이고 전쟁을 겪은 후 생사를 위해 먹고사는 것에만 집중해서 악착같이 살아남고 보니 막상 내 입만 채우면 되고 내 자식만 먹여 살리면 되었던 세대에서 이제야 조금 사람에 대해, 사회에 대해 생각을 하기 시작하는 듯하다.


서양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달랐다. 인문학이 많이 발전한 기회가 주어졌던 나라에서의 전반적인 시민의식은 그래도 뉴스에서 나오는 막장보다는 삶에서 조금 더 세련되게 느껴지곤 했다. 젊은 층들과도 대화를 하다 보면 깊이가 느껴질 때도 있었다. 제일 차이가 나는 부분은 나이가 좀 든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한국과 가장 비교가 됐던 것 같다. 어렵게 말하면 인문학적 사상이지만 그로부터 파생되어 나오는 시민들의 행동을 쉽게 풀어 설명하자면 사회에 대한 공동의 책임이다. 법이 규정시키는 행동이라고 반박할 수도 있지만 그 법 또한 그들에게서 나온 것이기에.. 나와 공동체를 같이 어우를 수 있는 사상이 많이 발전되었다.


그런 나라에서 산다고 그 모든 것을 누릴 것이라는 것은 또 오산이다. 그만큼 노력해야 얻어지는 남의 문화이기에 이방인으로써 자연스럽게 누려지는 것은 한정되어 있다. 예를 들면 상쾌한 공기라던지, 잘 조성되어 있는 자연과 가까운 타운이라던지, 하지만 그 사상을 공유하기에 어느 정도 자라서 간 성인들은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만큼 자국민 파워를 버려야 한다. 자국민 파워란: 모국어에서 오는 표현의 당당함, 내 나라이기에 등에 업고 가는 기세 등등함을 말한다. 자국에서만 쉽게 얻어지는 막대한 인맥 인프라 등 모국에서만 살면 절대 알 수 없는 외국인이 부러워하는 권리이다.


살면서 현지에 사는 많은 한국인들 중에 100% 만족하고 정착해서 현지화되어 살고 있는 한국인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게 다른 나라 안에서 한국인들끼리의 문화를 만들어 살아남거나 또는 어찌어찌 살아간다고 해도 한국의 문화를 벗어버리지 못하고 이민세대 이후의 자녀들과 오히려 가정 내 문화차를 또 겪어가며 살아간다. 아예 현지화되어 사는 2,3세들도 있지만 그래도 한국에 주기적으로 들어오는 걸 보면서 여권만 바뀐다고 민족이 쉽게 바뀌지는 못하는 것을 알았다.


거주지는 해외에 두고 한국인으로서 살면서 좋은 장점만 취하려고 하는 삶이기에 편해 보인다. 아무래도 내 나라만큼 정치나 뉴스거리에 큰 관심을 두기 어렵기 때문에 내 주위 삶만 평탄하면 지상천국이 따로 없다. 한국에서도 사실 눈 닫고 귀 닫으면 누릴 수 있는 삶이다. 건물양식이나 해외 분위기도 너무 이쁘다. 그저 해외에서는 복지혜택을 받으며 편안하게 살면 될 일이다. 이면에 있는 외국인으로서 제한되는 삶, 그 좋은 복지를 위해 내는 45%에 육박하는 세금을 감안하면 말이다.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그 언니들의 태도는 정확히 두 가지로 나뉘었다.
하나는 현지인들에 대한 불만, (해외 나가면 애국자 된다고..) 해외의 단점을 읊어대며 "내가 한국에서는 이렇게 안 살았을 텐데..."를 반복하는 여인과,

다른 하나는 "한국 구려, 해외가 최고야"가 확고한 여인이었다.


코로나와 맞물려 비슷한 시기에 임신과 집 사정 등으로 이 두 여인은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애국자가 된 불만 파는 한국에서 한국인들에 대한 불만이 터지며 한국은 너무 살기가 팍팍하다며 돌아갔고, (그 후에도 해외생활의 불만을 털어놓으려 내게 전화를 종종 한다.)

다른 하나, 해외가 최고이던 여인은 역시 한국이 좋긴 좋다며 내가 왜 해외에 살아야 하는지 답답하다며 다시 해외로 출국하였다.


이미 해외에 거주할 때에도 언니들과 수차례 해외가 좋은지 한국이 좋은지를 여러 차례 토론했었고, 또 어느 정도 마음속에는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사람이 참 자기 기질을 이기지 못해 결론을 잊어버리기 쉬운 듯하다.




이곳저곳 살아보니

살기 제일 좋은 곳은,

내가 사는 현재의 삶을 즐기며 이 삶에 충실하는 곳이더라.

내 마음을 내가 있는 장소에 두면 그 장소가 세상에서 제일 살기 좋은 곳이 되는 신기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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