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미 Apr 26. 2020

브런치가 의미 있는 이유

글이라서

Facebook은 멀리 떨어져 있는 해외 친구들의 소식을 접하기에 딱 좋았다. 서로 담벼락에 인사말이나 안부를 묻고 소식을 공유하고, 종종 올라오는 피드에 친구들의 최근 근황을 알기에 딱 이었다. 내 한국 친구들과, 그 친구들의 친구들과 대거 인맥을 맺기 전까지는, 희한하게 한국 친구들이 몰려오니 점점 페이스북은 싸이월드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래도 모든 인맥과 소통하기 좋은 채널이나 유지하고는 있었지만 사실 한국 친구들로 뒤덮인 페이스북은 어느 순간부터 간판 바뀐 싸이월드였다.


인스타라는 SNS가 시작될 무렵 나는 사진에 관심 있었고, 나만의 사진을 올리고 공감하기 위해 계정을 트고 정성스레 찍은 샷 하나하나를 올리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을 올리는 계정을 팔로우하고 가끔가다 들어가서 내가 팔로우 한 계정의 사진들을 보며 눈 정화를 했다. 나의 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서일까, 인맥이 아닌 모르는 계정이 나를 팔로우하면 나의 사진들이 같이 좋아서 팔로우했다고 생각되었다. 사진으로 공감하는 SNS가 인스타라고 생각했다. 그것도 친구들과 인맥으로 계정을 팔로우하기 전까지는. 지금 인스타는 내게 하트도 팔로워도 아무 의미 없이 눌러대는 그저 인맥의 창구이다. 남의 일기를 읽거나 사생활을 공유받고 그 사진이 나의 스타일의 작품이니 뭐니 그냥 봤다는 의미로 눌러주는 또 다른 싸이월드. 이 또한 재미없어졌다.


브런치는 아무에게도 시작했다는 말도, 내 계정을 알려주지도 않았다. 그저 남편에게 글쓰기를 시작했다고 알린 것이 다다(나를 찾아내긴 했지만). 브런치에는 눈을 현혹시키는 아름다운 보정된 사진도, 주절주절 허세 가득한 일기글도 많이 보이지 않는다(오히려 내가 브런치에서 그런 사람일까). 글로 표현된 순수하게 나의 겉모습을 제외한, 나와 너의 생각을 내가 따라갈 수 없는 문학적인 표현으로 연결해주는 공간임이 아름다웠다. 나의 생각을 글로 정리하는 공간이면서도 남에게 질책받을 수도, 공감받을 수도 있는 공간이기에 오히려 카페에서 수다 떠는 것보다 더 진솔하게 대화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브런치에서 나를 팔로우하시는 분들은 다른 SNS의 팔로워보다 내게는 훨씬 의미가 크다. 나만의 생각만 보고 내 계정을 팔로우해줘서.


물론 브런치도 전보다는 네*버 블로그 같은 형태의 글도 많고, 작가가 되려 노력하며 전략적으로 써대는 글도 많지만, 대다수의 글들은 새로운 삶으로의 여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문학적이고 자유로운 글들이기에 아직은 브런치의 매력에 빠져있다.


나의 브런치 구독자에서 작가로의 전환은 황금 같은 20대의 삶이 독일에게 빼앗긴 것이 너무 아쉬워, 그저 쓸모라도 있어보자며 "나의 20대를 공유하자!"로 시작했지만 가끔은 불특정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은 이야기도, 내 내면의 깊은 마음도 글로 써 내려간다. 쓸데없는 소리도 가끔 있긴 하다. 그래도 내 생각이 정리된, 아니면 그저 기록된 이 공간에 들어와 나의 글을 읽고 또 내가 다른 누군가의 생각의 공간에 들어가 그들의 이야기를 공감한다면 이것이 정말 친하다는 의미 아닐까. 오히려 얼굴을 맞대로 말로는 다 못할 교감이 이 공간에서는 가능한 것 아닐까.



그래서 브런치는 아직 내게 제일 의미 있는 SNS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청담동 26-5번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