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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정서재 Mar 18. 2023

24시간 편의점

혼자 컵라면 먹는 날


24시간 편의점



끓는 물에 불어 터지는 라면이 좋아

면발을 말아 올리다 괜시리

창에 비치는 얼굴에 목이 메인다


랄 라라라


홍콩영화에선 이럴 때

밖에서 클로즈업 하던데 아니면

그냥 혼자 배우처럼 외로워하든지


내 이름은 24시간

내 이름으로 놀러오세요


시간으로 이름을 만든 얄궃은 사람아,

나와 함께 라면이라도

아님 우리 함께 외로워하든지






                                                                             24시간 편의점           미정서재



도쿄 니시닛포리 전철역 20분 거리,

이방인의 집은 삐걱이는 계단,

목조 2층 작은 방.

공부와 알바로 몸은 이미 녹초,

온기 없는 집에 바로 들어가기는 싫다.

밤 9시_골목 어귀 세븐일레븐,

24 숫자에 안도의 숨을 내쉰다.

어묵 한 꼬치, 쇼유 컵라멘,

자꾸 창문에 김이 서린다.

여기서 나 뭐 하는 거지?

뿌옇한 창을 손바닥으로 쓱쓱 닦고

둥그런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지금 나 혼자다.




여기, 서울,

더없이 반가운 편의점 간판의 네온빛,

시간을 달려 똑같은 곳, 똑같은 자리에 앉아

창에 비친 나와 마주한다. 너 아직도 그래?

칼칼한 컵라면 면발을 말아 올리면서

인생이든, 뭐든 생각이란 것을 해내자.

오랜 시간 고독과 친구였고 익숙해질 법도 한데,

아직도 고독한 내 모습이 낯이 설다.

'고독을 걷는 존재'가 고귀한 인간이라 했던 니체여,

하지만 내 의지는 묻지 않고 다가오니

그 경지까지 가기란 묘연하다.


지금은 여럿이 있어도 혼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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