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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정서재 Apr 27. 2023

식빵 예찬

단순함의 미학에 대하여

240g

738kcal

그녀의 무게, 그녀의 칼로리.

이름은 Loft bread.


고작 한 덩이의 빵이 밥빵이 된 사연은

맛없는 음식의 나라로 알려진 영국부터 시작됐다.

영국의 산업혁명기 방직공장 노동자들의 배를 채우던 식빵은 일본으로 건너가 식빵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다.


바쁜 현대인은 식빵으로 아침을 때우기 시작했다.

우리의 그녀, 식빵은

잼, 버터, 건포도와도 잘 어울리고

햄이나 계란과도 콜라보하여

독특한 세계관을 창조하기도 한다.

가장 알맞은 질감과 담백함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식빵의 딜레마,

일부만 뜯어먹어도 만족스러워야 하고

어떤 음식과도 조화로워야 한다.


    김민재의 시 <식빵의 상처> 중-


    오븐 속으로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바람을 재우기 위해

    날마다 제 몸 숙성시키며

    뜨겁게 구워진다 (중략)




식빵 한 장의 사각테두리를 잘라내고 그냥 조금씩 뜯어 먹는 걸 좋아한다.

하루가 고된 날, 한티역 국밥집에서 한 그릇 떼우며 속을 달래다가도

집에 돌아와 책상 앞에 으면 이상하게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위안이 덜 됐나보다. 국밥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봉지에서 딱 한 장을 꺼낸다.

식빵의 살을 뜯어먹다 보면 

<양과자점 코안도르>의 나츠메처럼,

씁쓸한 인생을 조금이나마 달콤하게 만들어 보려고

분투하게 되는 힘이 고작 장에서 나온다.


물로 반죽하지 않는 밀도의 담백 식빵,

혹은 찹쌀떡(?)을 품은 롤링핀의 압구정 식빵,


단순하고 또 단순하다.

마음의 빈틈을 채워주는 참으로 맛나고 담백한 친구,

너를 예찬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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