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조화로운 인생을 산다는 건.

보통 엄마의 자기 위로

by 최민정

내 인생의 여름이 끝나가는 요즘은 '조화로운 삶'을 찾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반쪽짜리 워킹맘의 아침 시간은 꽤 분주하다. 아이들 등교 시간에 맞춰 간단하게 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아침에 우유나 치즈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과 제철 과일을 식탁에 꺼내놓는 것은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엄마의 역할이다. 아이들의 일상을 매끄럽게 함께 하는 것이 엄마의 소명이라는 생각은 유독 나만 그런 것은 아닐 테다. 아이들 식사 준비가 끝나면 잠깐이나마 내 얼굴을 살핀다. 엄마에서 직장인이 되려는 작은 노력이다.


나는 어린이집 보조교사다. 오전부터 점심이 좀 지나서까지 하루 4시간 정도를 어린이집에서 보낸다. 아이들을 보육하는 것이 주 업무지만, 차량으로 등원하는 아이들의 승하차를 돕거나, 어린이집에서 필요로 하는 간단한 잡무를 하기도 한다. 한 교실 속 담임교사와 보조교사가 조화를 이루는 것도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담임교사의 업무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근방에서 최선의 보조를 하는 일이란 게 말이다. 적당한 친밀감은 유지하되 자신의 역할은 충실히 수행해야 하는 관계. 고부 관계가 이와 비슷하려나.


일을 하다 보면 내면의 갈등을 겪을 때가 있다. ‘아이들이 다툴 때, 내가 어떤 방향으로 지도해야 할까? 아이들의 생활은 어디까지 도와줘야 할까?’ 이런 사소한 것들이 담임교사와 결을 같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소 허용적이고, 아이들이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 주는 나의 육아 방식이 남들과 똑같을 리 없다. 그래서 일단 담임교사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것이 가장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나보다 나이가 어려도 경험이 많은 선생님이라면 뭐든 물어보고 배우는 태도를 잃지 않으려 한다. 묻지 않고 내 맘대로 일을 하다 그르친 아픈 경험도 있어서다. 일단 상대가 귀찮더라도 묻고 실행해야 마음이 편하고 탈이 없다.


엄마로서, 보조교사로서 인생을 깨나 조화롭게 산다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닌 듯하다.


퇴근길에는 반드시 시골에 살고 계신 엄마한테 전화 한 통을 드린다. 사실 나는 통화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굳이 할 얘기가 있다면 카톡으로 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화로운 모녀 관계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매일 같은 시간 전화를 드린다. 똑같은 일상이지만 오늘은 뭘 먹었는지, 업무는 어떤 걸 했는지 등 미주알고주알 늘어놓는다. 그래도 수화기 너머 엄마의 위로를 들으면 무거운 팔을 들어 전화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온통 삐걱대는 일 투성이지만 그나마 보통의 엄마, 보통의 보조교사와 보통의 딸로 살아가기 위해 나름 노력하는 중이라 말하고 싶다. 요즘의 나는 여러 모습들을 담아 굴러가는 자전거 같다. 때로는 비틀대고 넘어질 듯하여도 가족의 사랑과 믿음이 있기에 중심을 잡고 나아간다.


별거 안 했지만, 오늘 하루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리고 이 글을 읽은 당신도 오늘 하루 참 애쓰셨습니다.

뭘 했든 아주 괜찮은 하루를 보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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