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회사 동료치고는 좀 가까운

아줌마들의 수다

by 최민정

나는 먼저 누군가와의 만남을 약속하지 않는다. 인간관계를 딱히 어려워하는 건 아니지만 타인과의 대화에 쓸 에너지가 적다고 해야 할까. 하여튼 먼저 전화나 카톡으로 약속을 잡는 일은 극히 드물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조차도.


그럼에도 만남이 기다려지는 때가 있다. 바로 오늘 같은 날이다. 오늘 만나는 친구들은 같은 회사에서 10년 이상 동고동락한 진짜 가까운 사이다. 내 허물을 말했다고 그걸 약점 잡을 얍삽한 친구들도 아니고, 자랑을 늘어놓는다고 질투하며 고까워할 친구들은 더더욱 아니다. 품성이 넉넉한 사람들이라서 여태껏 탈 없이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한다.


6명의 무리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친구가 작년에 아이를 낳았다. 적지 않은 나이에 얻은 둘째라 마냥 이쁘기도 하겠지만 힘에 부치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나는 친구가 낳은 작은 보물을 보는 맛이 참 좋아서 그 집엘 여러 번 갔다. 꼬물꼬물 움직이는 보드라운 발가락이 내 자식도 아닌데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친구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나이가 되면 사실 진정한 친구가 몇 남지 않는다. 시절 인연이라고 애써 위로하며 보낸 사람들도 수 없이 많았다. 10년 이상 내 곁에 머물며 서로의 생활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읽고 보듬어주며 공감해 주는 사람들. 가족 다음으로 애틋한 인연이다.


그래서 어린이집 보조교사의 업무를 마친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약속 장소로 향한다. 비타민도 입에 하나 털어 넣어 수다를 위한 에너지도 충전했다. (주로 듣는 역할입니다만.) 작은 에피소드에도 깔깔대고, 어찌 보면 별 거 아닌 고민에도 같이 인상 쓰며 걱정하고 나면 한결 마음이 녹녹해진다.


"우리 애는 왜 그렇게 떼를 쓰는 걸까? 나 요새 맨날 걔랑 싸우잖아."

"자기주장이 강한 애들이 더 야무지게 크는거야."


10년의 시간 동안 이야기의 주제는 바뀌었고, 요새는 아이들 문제가 주를 이룬다.


예전에 엄마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인생은 짧으니, 만났을 때 즐거운 사람만 만나는 게 좋다고. 엄마 말을 잘 듣는 편은 아니지만 이 건 참말인 듯하다.

그토록 부러워하는 언니나 이모는 없지만, 좋은 친구들을 몇 두었으니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해야겠다.


인연조차도 빠르게 지나쳐가는 요즘 누구에게나 긍정의 힘이 되는 좋은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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