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발루 토요 농부 시장, 허먼스 모던 베이커리
어디든 가야 하는 주말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사발루 토요 농부 시장에 가기로 했다. 시장은 동이 트는 6시 무렵부터 오후 12시까지 열린다. 하지만 10시 이후에는 물건이 많이 팔린 뒤라 그전에 가야 구경거리가 풍부하다. 아이들과 간단한 시리얼로 아침을 때우고 차에 올랐다. 사이판은 어딜 가든 멀지 않아 좋다. 운전을 좋아하지 않는 엄마가 살기 적합한 섬이다.
뜨거운 햇볕 아래 모락모락 바비큐 연기가 새벽시장의 열기를 더했다. 상인들은 시장 입구부터 다양한 것들을 가지런히 쌓아 놓고 팔고 있었다. 질서가 없는 듯했으나 어수선하지 않았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주스, 열대 기후와 어울리는 원색의 옷가지들, 채소 가게, 반찬 가게. 작은 공터에서 열린 시장은 물건을 파는 사람과 구경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각자 먹고 싶은 거 사 먹자. 인당 10달러.”
인심 좀 썼다. 해외에 나오면 경제관념도 많이 느슨해진다. 짠순이 엄마가 오늘도 지갑을 열었다. 아이들의 발길은 제일 먼저 꼬치 가게로 향했다. 짭짤한 양념을 덧바른 돼지고기 꼬치구이가 1달러였다. 갈색 윤기가 반들반들한 꼬치구이에 아이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고기 한 점을 쭉 빼먹은 큰아이가 한마디 했다.
“또 사주세요.”
평소 고기를 싫어하는 아이다. 종류와 상관없이 일단 고기는 모든 음식 중 마지막 순위였다. 그런 아이가 돼지고기를 야무지게 쓱쓱 빼먹는다. 보기 드문 흐뭇한 광경이다. 길거리에 서서 고기를 한 점씩 빼먹는 아이를 넋 놓고 바라보았다. 평소에 고기를 고무 씹듯 하던 큰아이 입으로 연신 돼지고기가 들어가는 모습은 웬만한 드라마보다 재미있었다. 그래서 꼬치를 6개나 더 샀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스타일이니까.
꼬치 외에도 먹거리가 풍성했다. 두부샐러드, 춘권, 아피기기(코코넛 떡) 등 몇 가지 음식을 더 샀다. 한 끼를 해결할 만큼의 음식이 손에 들리자 괜히 콧노래가 나온다. 집 떠나하는 밥은 정확히 2배는 더 성가신 일인 것 같다.
다음 주 토요일을 다시 기약했다.
사발루 토요 농부 시장은 재미있는 구경거리와 더불어 끼니까지 해결해 주는 고마운 곳이다.
엄마의 주말 투어는 계속되었다. 오전 11시부터는 지난번 커피를 함께 마신 엄마가 알려준 베이커리 견학이 예정되어 있었다. (사이판에서 만난 어머니들,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올해로 79주년을 맞이한 허먼스 모던 베이커리에 갔다. 아이들은 위생모를 쓰고 가이드와 함께 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견학했다. 그것도 무료로. 견학! 이 얼마나 아름다운 단어인가.
[견학(見學): 실지로 보고 그 일에 관한 구체적인 지식을 넓힘.]
빵을 만드는 과정을 보고 배우며, 맛있는 빵도 사 먹을 수 있는 아주 폭신폭신한 기회였다. 돈을 좀 내야 하는 쿠키 아이싱 체험까지 더하면 아이들 입은 귀에 걸린다. 맛있는 쿠키는 나중에 다시 와서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찾으러 간 김에 맛있는 빵을 좀 사 오면 된다. 그리 귀찮은 일도 아니다.
아이들이 보고 느낀 것들은 시간이 지나면 차츰 희미해질 것이다. 그래서 자꾸만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게 된다.
“이날, 쿠키 아이싱 하면서 되게 즐거웠잖아. 끝나고 팬케이크도 먹고. 기억나?”
사진을 보며 엄마가 추억을 끄집어내면 된다. 그날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기억해 주면 좋고, 아니어도 상관없다. 사진 속 아이들은 아주 해맑게 웃고 있으니까.
아이들과 엄마를 모두 만족시킨 투어를 무사히 마치고 숙소 앞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작게나마 수영장 딸린 리조트를 예약해야 하는 이유다.
#Saturday Farmer’s Market #Herman’s Modern Bakery
*소소한 TIP
주말에는 여러 체험을 해 보세요. 공짜도 많습니다. 흥미로운 체험은 두 번 세 번 할 수 있는 시간 여유도 있어요. 책, 카페, 블로그, 현지인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많이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