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는 지양합니다
24평 우리 집엔 10대 2명, 40대 2명이 살고 있다. 언뜻 생각하면 넷이 살기에는 비좁지 않을까 싶다. 네 사람의 물건으로 온 집안이 뒤덮이지 않을까, 걱정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집엔 뭐가 없기 때문이다.
몇 해 전, 도서관에 가서 제목에 ‘미니멀’, ‘비움’이란 글자가 달린 책들을 모조리 빌려와 읽은 적이 있다. 이거구나 싶었다. 그때부터였을까. 집안을 구획 지어 틈만 나면 조금씩 비웠던 것 같다.
먼저 더 이상 아이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오래된 그림책부터 정리했다. 지인을 주거나, 중고 거래를 해서 빽빽한 책장에 여백을 만들었다. 그리고 도서관을 커다란 서재 삼아 살기로 했다. 어차피 도서관이 사방에 널려있는데, 굳이 소장하는 게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주방도 문제였다. 신혼 때 산 촌스러운 찻잔부터 시댁에서 받아 온 그릇들은 제 기능을 못하고 부엌 상하부장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다. 손님치레를 좋아하는 외향형 성격도 아닌 데다 끼니마다 근사한 요리를 하는 살림꾼도 아닌지라 그릇도 최소한의 수량만 남기고 정리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비우고 나니 오히려 정갈한 음식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방마다 옷장도 열어 보았다. 2년이 지나도록 입지 않았던 옷을 기준 삼아 꼭 필요한 옷만 남겨두고 의류함에 넣어버렸다. 격식 있는 자리에서 입어야 할 옷 몇 벌과 계절별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단순한 디자인의 옷들만 남겨두었다.
남편과 아이들의 물건도 마찬가지였다.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미니멀 라이프를 지향하는 엄마의 생각을 시시때때로 일러주었다.
물건은 필요할 때 구입하기.
새로 살 물건의 공간은 미리 비워두기.
같은 용도의 물건은 하나만 소장하기.
시간이 좀 필요했지만 엄마의 생활 방식이 집안 곳곳에 스며들면서 아이들과 남편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강요하지 않았다고 다시 한번 일러두고 싶다.
그래서 지금 우리 집 상태는 그런대로 정갈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은 청소하는 데 쓸 에너지와 시간이 부족한 엄마의 꼼수이기도 했다. 우리 집을 방문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두 부류로 나뉜다.
- 집이 정말 깔끔하네요.
- 집이 좀 휑한 것 같아요.
집이 깔끔해 보인다는 칭찬은 고맙지만 사실 창틀에 쌓인 먼지, 가스레인지 사이의 묵은 때처럼 가만히 들여다보면 빈틈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니멀 라이프의 장점은 꽤 있다.
물건이 없어서 청소 시간이 짧다.
불필요한 소비가 적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과 뒹굴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나중에 아이들이 독립하고 나면 짐이 더 줄겠지. 그때는 더 좁은 집으로 이사 가도 크게 불편하지 않을 자신감이 생겼다. (남편은 좁은 집을 반대한다. 상관없다.)
요새 눈 돌리면 방금 보았던 장면을 금세 까먹어서일까. 가방에 넣어두고 쓸 수첩이 하나 필요해졌다. 여기저기서 쓸만한 수첩을 받아 둔 게 꽤 있을 텐데...
다 갖다 버린 모양이다.
다이소에 한번 가야겠다.
미니멀은 장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