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판 한 달 살기 Day30

벌써 그립다, 사이판.

by 최민정

드디어 새벽 비행기가 이륙했다. 비행기 내부 등은 모두 꺼지고 다들 피곤한 눈을 붙인 채 한국으로 향했다.

으앙


적막한 가운데 곳곳에서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8년 전, 삿포로행 비행기 안을 울렸던 작은 아이의 울음소리와 비슷하다. 문득 오래전 그날이 생각났다. 맞벌이 부부라 며칠의 연휴는 더없이 소중했다. 아직 기저귀도 못 뗀 아이를 데리고 여기저기 많이도 다녔다. 부모의 욕심으로 아기용품만 한 짐 짊어지고 해외여행을 가는 일도 더러 있었다. 아이는 평생 기억하지도 못할 우리만의 고된 여행길이 떠올라 아이를 달래는 엄마의 작은 목소리가 괜히 안쓰럽기만 하다.

아이들의 짜증 섞인 울음소리에 인상을 쓰거나 항의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다 겪어본 일들이고, 언젠가 겪게 될지 모를 일이라 그럴까. 다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아이를 달래느라 진땀 빼고 있을 부모에게 부드러운 시선을 보냈다.

늘 그런 시선으로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를 바라봐 주면 좋겠다. 그저 아무 말 없이 따스한 눈빛만 보내줬으면 좋겠다.


‘지금 많이 힘들죠. 애쓰고 있는 거 잘 알아요.’


그런 마음이면 주저앉지 않고 아이를 키워 낼 힘이 난다. 이웃의 배려와 주변의 응원에 엄마는 아이를 달랠 기운을 얻는다.

사이판에서도 그랬다. 아이들의 서툰 영어에 웃어주는 마트 점원, 엇박자 연속인 학교생활에서도 머리를 쓰다듬는 선생님. 그들과 함께라서 더 용기를 냈고, 포기하지 않았다.


건강한 아이를 키우는 일을 엄마 혼자 해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느닷없이 돌봄 품앗이를 하자는 건 아니다. 다만 아장아장 앞장서 걷는 아이의 느린 발걸음, 놀이터에서 넘어져 대차게 우는 아이의 울음소리, 동네에서 마주치는 어린이들을 태운 노란 차를 너그럽게 봐주는 일. 몇 초 가만히 기다리는 여유면 충분하다.


고요한 새벽 비행기를 깨우는 아이들의 울음소리에 미소 지을 수 있는 여유. 온정 어린 눈빛으로 엄마를 바라보는 인정. 그런 것들을 갖춘 진짜 어른이고 싶다.


따뜻한 겨울을 지내고 한국에 도착했다. 희미해질 기억과 휴대폰 속 가득한 사진들을 간직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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