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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mlico Jun 30. 2022

한국의 정치는 왜 공공임대주택을 부정하는가?

짧은 한국과 영국의 정당 비교와 단서 찾기

공공임대주택은 왜 영국에서는 인간의 주거권의 가치를 실천하기 위한 당연한 정책으로 여겨지지만, 왜 유독 한국에서는 빨갱이 정책으로 비난받을까? 그 이유는 역사적으로 한국과 영국의 정치 및 민주주의 발전 동력이 다르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영국의 현재 보수당(보수)과 노동당(진보)의 이원적 정치체계는 19세기 산업화 과정에서 자본가와 노동자 계층의 대립 속에서 형성되어 왔다. 그래서 노동당은 가장 늦은 1900년에 창당되었고, 보수당은 이보다 더 빠른 1834년에 시작되었다. 특히 보수당은 전통적인 귀족계층에도 뿌리를 두고 있다. 영국의 초기 의회정치가 군주와 귀족들 간의 견제를 통해 발전해 온 점을 고려해보면, 19세기 산업화 및 도시화와 함께 시민사회가 성장하면서 기존의 왕과 귀족의 대립에서 새롭게 떠오른 계층인 도시 자본가와 노동자의 대립으로 변화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영국의 보수와 진보 정당을 한국의 국민의 힘과 더불어 민주당으로 정확히 대입하여 비교하기는 힘들다. 굳이 따지자면 영국 노동당은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한국의 정의당에 가깝다. 민주당은 그 이름처럼 20세기 중반부터 독재정권에 저항하는 등 한국의 민주화 과정에서 탄생 및 발전해 온 정당이며, 20세기 산업화 과정에서 노동자들을 대표해 온 영국의 노동당과는 성격과 대상에 차이가 있다. 즉, 영국 노동당은 기본적으로 노동자들의 평등한 권리 및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싸워왔고 민주당은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되찾기 위해 권력에 맞서 싸워왔다. (이런 이유로 한국사회가 민주화를 이룩한 이후 민주당은 뚜렷한 미래의 가치를 발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근현대 정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미국과 소련이 대립하는 냉전시대의 본격적인 시작과 함께 발전해왔다. 남과 북의 분단과 한국전쟁 이후의 전후 복구 과정에서 "자유"와 "경제성장"은 해방 이후 민족 최대의 가치이자 목표였으며 군사정권의 독재는 현재까지도 경제성장에 기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논란이 되고 있지만)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한국의 보수당은 독립 이후 친일세력을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으며 이승만, 박정희 등 독재정권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남과 북의 이념적 대치상황과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지정학적으로 냉전시대의 최전선에 위치한 한국에게 있어서 맑시즘과 연결되는 사회주의 정책들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금기시되는 영역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했던 국가 주도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사회주의 성격을 띠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런 정치문화적 맥락이 역사적으로 이어져오면서 공공임대주택 같은 인간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주의 성격의 정책들은 한국사회의 강한 냉전시대의 진영 논리에 부딪쳐 자본주의를 무너뜨릴 위협 혹은 그저 공산주의 국가에서나 할만한 하찮은 정책으로 폄하되고 있다.


'아파트공화국'의 저자인 프랑스 지리학자 발레리 줄레조는 프랑스 국민주택정책이 국가의 주택 부문에 관여하여 부의 이전 및 재분배를 도모하는 성격을 가진 반면에 한국의 아파트단지는 국민주택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녀는 이어서 "대한주택공사는 프랑스적 의미의 국민주택 건설에 이바지한 기관이었다기보다는 박정희식 경제성장 모델에 순응하는 정부 정책의 시행자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영국,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의 유럽국가에서 아파트가 노동자들의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민주택/공공임대주택/사회주택으로 건설되어 온 것과 다르게 한국에서는 아파트가 분배와 주거권을 위한 국민주택이 아닌 일부 계층의 부를 증식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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