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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mlico Jul 18. 2022

디지털 노매드는 새로운 세계화의 신호인가?

고급 인적자본의 탈집중화와 생산체계의 변화 가능성

1980년대 이후 정보화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불러온 네트워크 사회는 이미 많은 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어 왔고 점점 지리적 요소와의 연결이 약화되는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리적 예로는 기업의 본사가 자본과 정보가 집중되는 글로벌 도시(뉴욕, 런던, 도쿄, 상하이, 서울 등)로 이전하여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모으고 분석하여 전략을 마련하고 수많은 국내외 지사들을 지휘하는 컨트롤 타워를 만들었다. 현재는 이러한 본사의 역할 및 시스템을 너무나 당연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강남역의 삼성타운과 미래전략실이 유명하다.  


이미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국가의 제도를 기술적으로 우회하고 국가 간 경계를 넘나들면서 전통적 영토와 정부의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국적은 개인의 주소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점점 자동화되는 산업 생산체계는 반복 업무에 종사하는 사무직을 배척하고 시스템을 설계 및 관리하거나 원천기술을 연구하는 고급 인적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으로 번질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기존 20세기 후반의 세계화가 생산체계의 국가 간 효율적 분업과 공급망의 국가 간 연결을 통해 가격을 낮추고 경제를 안정화시키는 결과(70년대 인플레이션의 대책)로 나타났다면 미래에는 노동력이 자동화되고 신흥공업국들의 지리적 이점이 사라지고 환경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인재 확보를 위해 기업 대 개인 간의 글로벌 네트워킹이 훨씬 강화될 것이다.


즉, 물리적으로는 기업의 본사가 단일 국가에 위치하지만 고용된 인력은 세계 여러 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하는 디지털 노매드 중심의 생산체계의 세계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인력의 활용 방식은 국가 간에 더욱 분업화되겠지만 지식정보, 기술, 자본의 이동은 더욱 빠르고 저렴하게 연결될 것이다. 이 점에서 동시에 접속할 공간을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같은 온라인 공간의 스토리지 임대업이 성장할 것이며 이것은 기존의 지리적 한계를 초월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미래의 국가들은 다음과 같이 분류될 수 있다. 1) 인재들이 물리적으로 거주하고 번 돈에 대한 실질적인 소비가 이루어지는 "생활 국가"; 2) 타국에 거주하는 인재를 고용하여 첨단기술 기반의 생산을 일으키는 기업들이 자리를 잡은 "기업 국가"; 3) 자동화로 기계화된 로봇들이 주로 생산을 하는 "공장 국가"; 4) 양극화된 사회에서 고소득층이 레저생활을 즐기는 "여행 국가"로 나눠질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업(부와 정보를 가진 자본가), 관리자(기술을 가진 근로자), 생산기계(로봇 자본), 서비스업 저소득층 근로자(경쟁에서 탈락한 중산층)가 지리적으로 흩어져 기능하며, 특히 여기에 속하지 못한 전통적 중산층 및 저소득층은 서비스업 및 관광산업에 의존하는 국가들로의 이주가 활발히 일어날 것이다.


이러한 인적자본의 글로벌 분업 시스템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세계화 속에서 국가의 역할은 어떻게 될 것인가? 전통적 인적자본을 대체할 로봇 자본의 사적 소유가 금지되고 국가가 관리하게 되지 않을까? 기술의 발전으로 변화하는 생산체계와 이로 인한 새로운 사회의 출현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필요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도시관리 전략도 마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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