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imlico Jul 20. 2022

한국인들이 유럽의 도시들을 느리고 지루하게 느끼는 이유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과 행복은 양립하기 어렵다는 모순이 있다. 사회적으로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돈과 명예를 모두 가진 소위 성공한 사람들은 오히려 행복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work)과 삶(life)의 균형(balance)이라는 의미의 워라벨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방향은 성공과 행복의 균형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현대 도시인들은 일적으로 성공하면 삶도 동시에 행복해질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살아간다.

이미 산업화를 수세기 동안 겪은 서구의 국가들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려는 여러 사회문화적 증거들이 나타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개인주의라 불리는 것들이다. 인간관계까지도 업무와 사생활의 경계를 철저하게 구분함으로써 개인의 삶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어 업무적인 이메일은 보통 업무시간 이후나 주말에는 서로 주고받지 않는다. 일이 삶이 되고 삶이 일 자체가 되는 불균형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많은 유럽의 도시들이 일찍 상점 문을 닫고 별 새로움이나 다이나믹한 놀거리들 없이 느리고 지루한 느낌마저 드는 이유는 물리적으로 도시환경이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고 전통적인 행복의 가치들을 추구하는 이들 사회의 문화가 반영되어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새로움의 자극은 개인의 불안감을 빠르게 해소시켜주지만 행복감의 역치마저도 높여 일상의 작은 행복에 무감각해져 버린다.

현대의 한국인들이 유럽의 도시들을 너무 클래식하고 지루하게 느낀다면 이것은 한국인들이 성공에 대한 욕망이 너무 크고 경쟁으로 과열되어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새로움으로 가득 찬 서울은 한국사회의 어떤 모습을 상징하는가?

작가의 이전글 디지털 노매드는 새로운 세계화의 신호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