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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mlico Jul 25. 2022

시공간의 격차는 어떻게 사회를 왜곡시키는가?

과거에는 시공간을 분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었지만 현대에는 공간은 달라도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데이비드 하비는 이 현상을 공간의 한계를 상대적으로 극복한다는 의미에서 '시공간 압축(time-space compression)'으로 정의한 바 있다. 이것은 단순히 통화를 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통신기술 발달 그 이상을 의미한다. 현대에는 사회경제적 공간이 파편적으로 연결되고 동시다발적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BTS의 팬인 아미들은 한국이라는 국가/영토와 별로 관계가 없는 세계 어디에서나 존재한다.

감정, 일상, 경제활동의 연속성까지도 다른 공간에서 동일한 시간을 공유하며 상대적인 영향 속에서 흐른다. 예를 들면 상대적인 영토 간의 환율차(맥도널드의 차이는 그 결과임)를 통해 공간은 불연속적이고 파편적인 연결이 가능해진다. 즉, 사회경제적인 연결의 기준점이 되는 시간의 공유는 물리적 공간의 기능적 상대성을 기반으로 공간의 가치가 재정립되고, 이는 경제적 생산성과 연관되어 개인 간의 사회적 관계와 층위를 극단적으로 (재)형성시킨다.

2000년대 말과 2010년대에 한국인 유학생들은 필리핀과의 경제력 차이를 바탕으로 다른 영미권 국가들보다 저렴하게 어학연수를 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현지 유흥업 종사자들에게 돈을 준다는 이유로 무자비한 폭력성과 성적 억압을 발현한 예가 있다. 이들은 당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학생들로서 지리적 격차에서 오는 경제적 우월함에 별 제재 없이 무방비로 노출되어 한국에서 보내오는 부모의 돈으로 비틀어진 욕망을 가학적으로 표출했었다 (MBC PD수첩. '필리핀 현지 보고: 성매매에 빠진 어학연수'. MBC 2007년 4월 17일 방송).

세계는 시간을 지리적 차이에 맞게 시차로 균등하게 공유하지만 생산을 위한 이해관계는 불연속적이고 불균등하게 (때로는 폭력적으로) 분할함으로써 지리적 경제력/생산성의 상대성과 사회적 구조는 더욱 왜곡될 수밖에 없다. 19세기 산업혁명 이후부터 우린 꾸준히 경험 혹은 목격(e.g. 동서양의 불균형이 가시화된 영국과 청나라 사이의 아편전쟁) 해오고 있다. 20세기 초반의 두 번의 세계대전은 이러한 시공간의 상대성과 불연속성이 가져오는 세계 패권의 재형성 과정에서 일어났었다. 나치와 비정상적인 당시의 독일 사회는 이러한 시공간 격차에서 오는 극단적 사회 왜곡의 대표적 사례다. 총 균 쇠로 유명한 재러드 다이아몬드 같은 지리 결정론자들의 관점에서 보면 히틀러는 지낳괴(지리적 특성이 낳은 괴물)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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