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imlico Jul 28. 2022

도시계획의 본질은 무엇인가?

인류의 역사에서 한정된 자원, 식량, 토지는 자연스럽게 사회적인 위계(계급, 계층)를 만들었고, 시장은 기본적으로 고정되고 안정된 가격을 지향하지만 공급과 수요의 정도에 따라 상품의 가격은 교환가치에 의해 탄력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부동산이 그렇다. 정치에서는 아무리 견고한 민주주의 시스템으로 수백 년간 개선시켜와도 권력을 독차지하거나 권력을 이용한 부패는 끊임없이 발생해오고 있다. 이 점에서 도시계획은 사회정치경제적인 격차를 줄이기 위한 사회통합(소셜믹스 등), 자원 및 부동산의 효율적 배치, 시민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주민참여 같은 분배와 정의의 목표를 실현하려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잘 정돈되게 쌓아 올린 나무토막들이 자연스럽게 중력에 의해 무너지고 흐트러져 무질서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듯, 특정 계층에게 불균형하게 자원, 공간, 권력, 부가 집중되는 것이 사회의 자연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도시계획은 분배와 정의의 가치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것이다.


많은 도시재생 사업들이 경제 성장 혹은 활성화에 집중하고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기능을 다한 공간이 부의 분배 경쟁에서 배제되면서 일어나는 현상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 산업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면서 공장이 문을 닫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도시재생사업은 결국 새로운 투자를 통해 생산을 멈춘 브라운필드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여 생산, 고용, 수익을 일으키기 위한 전략이다. 다시 말해, 투자라는 것은 한정된 자원과 자본 아래에서 특정 지역으로 자본의 분배를 더 끌어오기 위한 전략이다. 대기업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지자체들끼리 경쟁하는 것 또한 비슷한 이유다.


국가 혹은 글로벌 스케일에서 바라보면 한정된 자본이 이동하면서 도시 쇠퇴와 도시화가 동시에 발생한다. 신흥시장이 생겨나면 기존 시장은 타격을 받고 쇠퇴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세계화로 인해 제조업 공장이 아시아로 이동하면서 영국과 미국의 많은 산업도시들은 급격한 쇠퇴를 경험했지만 동아시아의 도시들은 반대로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당시에 한 세기 가까이 누리던 산업도시의 지위를 잃어버린 맨체스터나 셰필드 같은 도시들에서 1980-90년대부터 자연스럽게 도시재생이 발전하였다.


결과적으로 중앙에 집중된 권력을 지역으로 분권 하고, 특정 엘리트층이 독점하던 권리/권력을 시민에게 되돌려주고, 런던이나 서울 같은 특정 대도시에 집중된 부를 균형적으로 분배하고, 대도시와 소도시 사이에서 기반시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여 사회 정치 경제의 종합적인 균형점을 찾아가는 것이 도시계획/도시재생의 본질이다.


(*얼마 전 영국 가디언지에서 제조업보단 영국이 잘하고 있는 서비스업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설에 굉장한 비판이 일어나기도 했었다. 그만큼 제조업은 기술, 노동력, 자본이 집약된 자본주의 국가경제의 근간이다. 기술혁신의 상당수는 기존 제조업이 사회경제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새롭게 변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난다. 즉, 제조업 기업들이 그동안 축적한 기술과 운영 노하우는 국가경제의 잠재적 성장과 깊게 연관된다.)

작가의 이전글 시공간의 격차는 어떻게 사회를 왜곡시키는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