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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mlico Aug 25. 2022

도시재생사업의 역설

자본주의 도시는 생산과 성장으로 균형을 잡는 두발자전거와 같다

도시재생사업에서 투자가 강조되는 이유는 생산되는 상품이나 서비스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생산수단을 업그레이드하고 양질의 노동력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경쟁력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원활히 소비되어 잉여가치가 도시공간에 축적되고 분배되어야 한다. (지난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이러한 부분이 전제되었을 때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점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지고 저가 노동력으로 사업체를 유지하던 영세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만약 도시의 주된 산업이 관광업이라면 관광지와 교통네트워크(항공 포함)를 정비하고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호텔과 레스토랑 등의 소비 인프라를 증진해야만 한다. 여기에 관광 관련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도 필요하다. 거시적으로는 글로벌 여행 트렌드를 읽어내고 경쟁도시와 차별화될 수 있도록 국제적 대응 및 전략 마련이 전제되어야 한다. 즉, 얼마나 관광객들이 지역에서 돈을 잘 쓰게 만드는 가에 달려있다. 예를 들어 대중교통 인프라가 약한 일본의 한 소도시는 시에서 렌터카 비용을 전부 보조하여 관광객의 지역 내 원활한 소비를 증진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많은 지자체들이 도시재생사업을 쇠퇴한 지역에 한정되어 국지적인 환부를 치료하는데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 영양공급(산업생산)이 안되어 몸의 체력이 줄고 혈관(잉여가치의 이동)이 막혀가고 있음에도 가시적인 상처치료에만 거액의 비용을 지불하는 실수를 반복해오고 있다. 사실 이건 알면서도 해결책을 실천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저성장 국가에서는 수도권에 공공과 민간의 투자자본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지방의 거점 국립대 졸업생들조차도 직업을 찾아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도시들이 획기적으로 잉여가치를 만들 방법은 대기업 생산공장 유치나 대규모 도시개발사업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이건 영국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민간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기업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고 있지만 민간자본은 주로 런던으로만 쏠리고 있다. 런던의 생산 및 잉여가치 규모가 커지면 상대적으로 지방도시들의 노동력을 빨아드려 국토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점은 영국도 우리와 비슷하게 중앙정부 부서 및 국가기관들을 지방으로 이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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