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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mlico Sep 03. 2022

메타버스는 공간인가? 아님 시스템인가?

메타버스 가상 부동산을 판매한다는 뉴스를 보고...

메타버스가 제2의 가상화폐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는 현실세계와 더 강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가상현실은 현실의 확장이지, 현실을 대체하여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메타버스에서 일어나는 부의 이동과 축적은 현실의 실제 생산시스템과 연결되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기존 온라인 거래처럼 빠르고 다양한 소비를 이끌어낼 수는 있겠지만 새로운 메타버스만의 생산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서 소비되는 동영상 콘텐츠는 현실의 공간과 기자재를 활용하여 제작된다. 온라인에서 소비되는 생산품의 생산량과 생산속도는 철저하게 현실의 시공간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공지능의 시스템이 현실 인간의 관여 없이 철저하게 메타버스 안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하다. 메타버스에서 독립적인 생산이 일어나고 메타버스 안에서만 (현실로 가져가지 않는) 순수한 소비가 일어나야만 가상현실의 화폐 발행, 시민권,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


이 점에서 메타버스가 게임 플랫폼에 주로 의존하는 이유도 상대적으로 게임은 디지털 환경 안에서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컴퓨터를 다루는 인간은 현실에 존재하긴 하지만...).  또한 기존의 정보화 기술혁신이 그래 왔듯 신기술이 어디까지 현실의 시공간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느냐가 핵심인 것처럼 메타버스는 현실을 지원하는 시스템에 가깝다.


역사적으로 산업화와 도시화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점들로 인해 국가의 역할이 중요해졌고 대공황에 대한 경험은 중앙은행을 만들어 물가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현재까지 화폐 생산과 금리를 통제해 오고 있다. 신자유주의를 지향하는 국가들조차도 중앙은행의 개입을 인정하고 있다.


만약 현실과 분리된 디지털화와 탈중앙화의 메타버스를 꿈꾼다면 이것은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를 믿고 싶은 이상세계일뿐이다.


메타버스 세계에 현실의 도시건축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은 마치 예쁘게 그려놓은 벽화와 같다. 시공간 메커니즘이 전혀 다르게 움직이는 가상세계에 현실의 도시공간처럼 꾸며놓은 것은 현실에 존재하는 사용자가 익숙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눈속임하는 "이미지 장치"일뿐이다.


물론 사용에 있어서 더 직관적일 수는 있겠지만 메타버스 안에서 현실과 동일한 토지가치가 재현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메타버스의 존재 자체가 인공의 무장소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아무런 기능적 경제적 상호작용과 효용성이 없는 공간과 행위는 사용자의 수요에 따라 가차 없이 사라지는 시스템의 논리를 따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도시공간과 동일한 장소성, 잉여의 공간, 무의미한 사회적 행위와 지리적 이동, 공급의 비효율성이 존재하지 않은 한 실제 도시공간과 동일한 지대가치가 형성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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