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대학들은 시기별로 크게 3가지로 구분되는데, 설립시기의 대표적인 건축재료로 이름이 구별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1) 옥스퍼드, 캠브리지, 글라스고 대학 같이 중세에 문을 연 전통적인 명문대이며 Ancient Universities라 불린다. 중세 교회에 사용된 회색의 지역 석회암을 사용하는 특징이 있다. 인문학이나 기초과학 같은 전통적 학문을 세계적 수준으로 주도하고 있다. 백인 귀족이나 상류층들의 학교라는 이미지가 있다.
2) 맨체스터, 리즈, 리버풀, 셰필드, 버밍엄 대학 같이 산업혁명기 시기인 19세기~20세기 초에 지역의 기술개발 및 시민 교육을 위해 문을 연 Red Brick universities(붉은 벽돌 대학)다. 당시 공장들이 사용했던 건축재료인 붉은 벽돌을 주로 사용했다.
셰필드 대학은 철강산업 노동자들인 지역주민들의 모금(당시 5만 파운드. 현 1500만 파운드 가치)과 19세기에 설립된 기존 3개 학교들(the Sheffield School of Medicine, Firth College, the Sheffield Technical School)의 통합을 통해 1905년에 처음 설립되었다.
이들 그룹의 대학들은 근대학문인 사회과학과 공학에 강세를 보이고 있다. 빅토리아 시대에 산업으로 발전한 도시들이며 축구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탈산업화로 인해 급격한 도시의 쇠퇴를 경험했다. 이런 과정에서 지역의 재생을 위해 노력했던 이들 대학들은 도시 및 지역계획 관련 학과들이 발전했다.
3) 바스나 에섹스 대학 같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문을 연 현대화된 Plate Glass Universities(판 유리 대학)다. 전면 유리는 현대 모더니즘 오피스 빌딩의 상징이기도 하다.
지금은 영국인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브루탈리즘 건축 양식에 영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캠퍼스 형태의 배치를 보여준다. 보통의 영국 대학들은 오랜 시간 점진적으로 규모를 늘려가면서, 대학 건물들이 물리적 경계 없이 유기적으로 도시 안에 섞여있는 배치 패턴을 보여준다. 판 유리 대학그룹은 이와 대조되는 미국이나 우리나라와 유사한, 경계가 명확한 캠퍼스 형태다. 주로 현대의 실용적인 학문을 추구하며 일부 직업전문학교들이 대학으로 승격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