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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mlico Feb 09. 2023

생각하지 않는 소비사회

요즘 한국의 온라인 댓글 세계에서 자주 보이는 현상은 생각할만한 혹은 함께 논의할만한 화두를 던지면 비난부터 하고 사회적 낙인을 찍는 경향이 있다. 설명이 길거나 자극이 없는 영상에 극도로 흥분하고 혐오한다. 백만 유튜버들의 영상들을 보면 요점만 압축한 정보를 쉴 새 없이 귀에 때려 박는 패턴을 보여준다. (넘쳐나는 먹방은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온라인의 대중은 본인이 듣고 싶은 답이 이미 정해져 있고 생각할 필요가 없는 영상들에 열광한다. 그래서 온라인 세계는 관심의 방향이 현실보다 훨씬 극단적으로 양극화되어 있다. 댓글들은 항상 흥분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현실과의 괴리다.

일상의 대화는 이보다 훨씬 느리고 장황할 수밖에 없다. 간혹 업무가 아닌 일반적인 수다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지루함을 느끼고 세줄로 요약해 달라는 사람도 만난 적이 있다. 이들은 현실의 느린 속도감에 쉽게 흥분하고 분노한다 (아마 이 글도 읽지 못할 것이다). 마치 '좋아요'를 누를만한 자극적인 대화의 스킬을 선호한다. 이러한 원인 중의 하나는 유튜브다. 유튜브는 개인의 생각하는 습관을 망가뜨리고 일상의 커뮤니케이션을 시간낭비로 인식하게 만든다. 이 점을 우리는 항상 경계해야 한다.

중국 진나라의 분서갱유나 나치당의 베를린 분서사건처럼 역사적으로 독재자들은 대중이 책을 읽고 의식을 일깨우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다. 이제는 굳이 책을 불태울 필요도 없이 대중이 알아서 책을 읽지 않고 서로가 깊은 생각을 못하게 검열하게 만드는 방법을 디지털 기술을 통해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상대는 권력을 차지하려는 독재자가 아닌 부를 독점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이라는 차이가 있다. 생각은 하지 않고, 소비는 하게 만드는 사회에서 우린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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