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imlico Feb 12. 2023

민족주의, 한국인, 그리고 이민자 정책

서구권 국가들에서 상대적으로 인구감소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이유는 이민자들이 계속적으로 유입되고 있고 이들의 출산율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그 국가의 기피업종에 종사하여 경제적 기여도 또한 높다. 그렇다면 서구권 국가들은 왜 이민자를 허용하고 있을까?

유럽의 근대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 중의 하나는 민족주의(nationalism)다. 이탈리아나 독일은 소공국들이 연합된 연방국가의 형태(영국도 비슷하게 4개 국가로 구성)를 띄고 있었기에 국가라는 지리적 경계 안에서 여러 인종들이 섞여있는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따라서 국가의 통합을 위해서는 새로운 이데올로기가 필요했는데 그것이 바로 "민족주의"였다. 이후에 민족주의가 전체주의로 변질되면서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와 독일의 히틀러라는 시대의 괴물들이 등장하게 됐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유럽의 민족주의는 인종차별의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우리나 일본 같은 단일민족 혹은 순혈주의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 국가라는 지리적 영역 안에 들어오면 누구나 하나의 국민이라는 정체성이 형성된다. 이것은 분명 제2차 세계대전의 나치 인종주의가 초래한 비극에 대한 교훈 때문이기도 할 것이며, 20세기 초중반까지 이어진 제국주의의 결과(예를 들어 인도계 영국인들은 리시 수낙 총리처럼 사회적 기득권층으로 진출하고 있음)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사실 조선시대에도 이민자들은 있었다. 북방의 망명자들(이들은 백정 같은 사회 하층민을 구성)이나 임진왜란 때 조선에 정착한 왜군들처럼 전쟁에 의한 이민자의 경우도 있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도 따지고 보면 지리적 경계 안에서 이루어진 오랜 역사에 의해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형성되었을 뿐, 한국인이 순혈 혹은 단일민족을 의미하지 않는다. 따라서 단일민족이라는 관념은 지극히 모순적이며, 현대 한국인의 정체성에는 이민자들도 포함된다. 앞으로 우리가 인구감소라는 위기의 시대를 맞이해 이민자 정책에 소극적일 이유가 없는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복고적 소비와 구별짓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