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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mlico Feb 16. 2023

과잉공급된 쾌락에 중독된 사회

현대사회에서 쾌락의 절제는 부의 상징이다

과거에 부자의 상징은 통통한 몸매였다. 하지만 현재 고소득층은 오히려 날씬한 몸매를 유지한다. 재벌 3, 4세들을 생각해 보라!


자원이 부족하던 과거에 풍요로운 소비는 일부 특권층에게만 허락된 행위였다. 기름진 음식이나 달콤한 디저트는 부유한 계층만 누리던 쾌락적 행위였다. 일반 시민들은 명절이나 축제기간에만 한시적으로 허락되었다.


산업화가 가져온 폭발적인 생산량 증가로 누구나 과잉 열량의 식품 섭취가 가능해졌다. 또한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무료 정보는 손 안의 스마트폰을 통해 매일 폭발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다시 말해, 취약계층(경제적 측면만 의미하지 않음)은 과잉 공급에 그대로 노출되어 무절제한 소비로 이어지고 있다. 기름진 패스트푸드가 주는 쾌락과 자극적인 소셜미디어 정보가 주는 쾌락에 그대로 중독되어 몸은 비만해지고 정신은 피폐해지고 있다. 특히 쾌락적 온라인 정보는 무의미하게 시간을 흘려보내고 별 필요 없는 물질에 근시안적이고 즉흥적으로 지갑을 열게 만든다. 일상이 발전적이지는 않으면서 대형 프랜차이즈나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돈은 정기적으로 바치는 무의미한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상류층들은 칼로리는 낮고 영양은 풍부한 신선한 양질의 음식물을 매일 섭취한다. 쾌락을 극대화하기 위해 탄수화물과 정제당으로만 이루어진 패스트푸드와는 달리, 생산단가가 높은 유기농으로 재배되었고 느리게 조리되며 섬유질과 단백질은 풍부한 식재료들로 구성된다. 산업사회의 최고 가치인 "효율"은 지극히 낮은 음식들이지만, 상류층들에게는 건강한 일상과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연결되는 필수적인 연료와 같다.   


전문적인 트레이너를 통해 체계적인 운동으로 섭취한 에너지를 적절히 태우고 건강한 몸을 유지한다. 컨설턴트 같은 전문서비스의 도움을 통해 쓸데없는 정보들은 이미 필터링되고 일반인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양질의 고급 정보를 통해 그들의 자본을 증식하는데 활용한다. 소비의 쾌락은 절제하며 생산의 창조성은 증대시킨다.


하지만 지하철에서 그리고 길거리에서 스마트폰만을 바라보며 좀비처럼 걷는 이들을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다. 거대한 자본이 투자되어 테크 엘리트들이 달려들어 개발한 플랫폼 기술 아래에서 일개 시민들은 당해낼 재간은 없는 것이다.


무의미한 정보에 대한 중독은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집에서 일터로 향하는 혹은 일터에서 집으로 향하는 붐비는 지하철에서 자극적인 정보가 주는 쾌락에 고단한 몸을 맡기는 일반 시민들의 삶은 점점 사유의 고통으로부터 얻어야 하는 본질과는 멀어진다. 현대사회에서 과잉공급된 낮은 품질의 자원이 주는 쾌락에 중독될수록 새로운 빈곤(과잉 칼로리와 정보가 주는 허기짐, 공허함, 허탈감, 우울감)에 익숙해져 간다. 무분별한 쾌락은 인간의 삶의 균형을 깨고 무의미와 공허한 감정을 강화시키며 (쾌락을 중단시킬) 사고(思考)의 행위는 하고 싶지 않게 만든다.


스마트폰에 얼굴을 파묻고 답답한 지하철을 견디고, 며칠을 벼르던 맛집에 가서 푸짐한 한 끼에 오늘도 참 잘 살았다는 소확행(小確幸)에 만족하며 살아가야 하는 인생이야 말로 과잉공급의 쾌락이 주는 무의미에 허우적거리는 슬픈 현대인의 상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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