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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mlico Feb 19. 2023

카메라와 ChatGPT를 대하는 인간의 자세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런던의 미술관은 크게 내셔널 갤러리, 테이트 브리튼, 테이트 모던으로 나누어져 있다. 트라팔가 광장에 위치한 내셔널 갤러리는 주로 르네상스 시기의 회화와 19세기 인상파 회화를 소장하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바로크 시대의 루벤스, 렘브란트, 인상주의의 모네, 르누아르, 반 고흐로 이어지는 화려한 세계적 작가들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밀뱅크에 위치한 테이트 브리튼은 영국의 전성기 시절인 18-19세기에 그려진 영국 작가들의 그림들을 소장하고 있다.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인 윌리엄 터너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많은 작품들이 산업화 및 도시화 시기의 영국의 급격한 변화를 포착하고 있다.

반면 뱅크사이드 발전소를 재활용한 테이트 모던은 카메라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이후인 20세기 현대미술 작품들을 주로 전시하고 있다. 테이트 모던의 첫인상은 미학보단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신에서 인간으로 시선이 변화하면서 원근법이 적용되기 시작한 르네상스 미술, 세밀하고 사실적인 표현과 강렬한 빛의 대비가 돋보이는 바로크 미술, 찰나의 순간에 빛(인상)을 포착하는 거칠지만 감각적인 인상주의는 모두 보자마자 느껴지는 현실을 표현한 아름다움이 있다. 하지만 추상미술은 전통적인 미학을 파괴한 새롭고 실험적인 회화 언어가 담겨있다. 그래서 새로운 예술적 표현언어를 익히지 않는다면 작품을 감상하기 어렵다. 도시와 건축에서는 기존 전통적 스타일을 파괴한, 공백 그 자체가 스타일이었던 모더니즘이 등장하던 시기였다.   

흥미로운 점은 현실의 풍경을 인간보다 더 정확히 카메라가 담기 시작하면서 현대미술은 사실적인 풍경보다는 더욱 추상적인 측면에서 발전해 왔다는 것이다. 인간 스스로 인간이 더 잘할 수 있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분야를 고민하고 찾아내어 도전해 왔다는 것이다. 현재까지도 추상화는 인공지능이 그려내기 어려운 분야다.

마찬가지로 챗GPT 같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훨씬 더 빠르고 우수한 논리적인 답을 찾아나간다면 인간은 기존 로직과 시스템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에 가치를 부여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것이 무엇이 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으나 컴퓨터가 하지 못하는, 예를 들어 철학, 사회학, 심리학 같이 수학적인 공식과 계산보다는 기존의 틀을 깨는 사고와 정신적인 난해한 접근이 요구되는 분야의 수요가 커질지도 모른다.

따라서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이 아니라 서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으로 넓혀가면 되는 것이다. 더불어 기존 전통적 규범에서 벗어나 노동과 직업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 인공지능이 인간 대신 노동을 한다면, 인간은 꼭 경제적 생산활동으로부터만 임금을 받을 필요는 없다. 첫 단계로서 앞으로는 새로운 인간의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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