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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기 Apr 15. 2023

혼자서 정리해 보는 도시계획의 논리변화

오류 가능성과 일부 개인적 해석 주의요망

유럽의 중세도시들을 가보면 권력에 따른 확실한 위계(강력한 중심성과 공백의 광장)가 나타나지만 또한 도시의 경계에는 군사적 논리에 의한 기능적 도로와 성벽이 세워져 있다. 중세도시들의 도심에는 의회와 교회가 광장을 둘러싸고 있고, 방어하기 좋은 주변의 강변 구릉지에 왕궁이 위치한다.


영국에서 city council은 직역하면 시의회지만 지방정부(시청)의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중세도시들의 도심에 위치한 의회는 귀족과 성직자 같은 지방권력들이 중앙 왕권(현 웨스트민스터의 중앙정부)을 견제하기 위한 지방 의사결정 기구였으나, 현대의 민주주의와 분권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지방정부 조직으로 발전해 왔다.


이후 17-18세기 바로크 시대의 도시구조는 화려하게 장식된 건축물과 첨탑의 랜드마크를 강력한 축(대로)으로 연결하여 권위와 위용을 자랑한다. 파리를 가보면 이러한 바로크 도시구조가 나타나는데, 일제를 통해 20세기 초에 한국의 도시들에도 일부 적용되었다. 예를 들어, 청주시에는 도심 주변의 주요 결절점에 파리처럼 오거리나 육거리가 위치하며 직선의 도심 축이 기존 청주읍성 외곽으로 확장되어 과거 공업지역(경공업, 연초제조창 등)과 상업지역(청주대 포함)을 형성했다.


19세기 시민사회와 민주주의의 도래는 도시의 성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어 확장시킨다. 진보적인 쁘띠 부르주아지(도시 중산층)가 민주주의 의사결정의 주류로 발돋움하였고, 이들은 위한 균일한 가구와 블록의 반복은 격자형의 민주적 도시구조를 만들었다. 형성시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격자형 블록이 대표적이다. 우리의 경우,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산업화 과정에서 국가주도의 표준화된 시민 아파트단지 건설(주택공사, 토지공사 주도)이 대표적이나 그리 민주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20세기 모더니즘의 총수(?), 르 꼬르뷔지에의 이상적 열망은 기존 수평 기반의 도시계획을 수직적 논리로 탈바꿈시켰다. 자본주의에 의한 부의 팽창과 축적의 동력이 더해져 뉴욕과 같은 금융도시에서 마천루 빌딩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런던의 도심인 City는 유럽의 금융허브로써 금(gold)과의 연결고리가 끊어져 금융상품이 무한대로 팽창하기 시작한 1980년대 이후부터 고층의 금융 관련 빌딩들이 들어서 현재에 이르렀다.


다시 말해, 전근대 시기에 권력의 구분과 군사적 방어를 위한 논리로써 강력한 수평적 위계의 도시계획이 이루어졌다면, 근대화로 인한 정치경제 체계의 변화(민주주의, 자본주의)는 도시를 다시 0으로 재설정(모더니티)하여 교통기술과 결합된 새로운 스타일의, "합리적 기능분배형 격자형 도시공간"으로 변화시켰다. 여기에 1980년대부터 본격화된 금융자본의 팽창은 하늘에 더욱 다가가기 위한 르네상스 고딕건축의 주체를 기존 교회에서 은행과 기업으로 전환시켰다.


따라서 21세기의 현대인들은 신이 아닌 돈을 숭배하고, 도심에는 종교시설이 아닌 증권사, 투자회사, 은행, 대기업, 개발회사 첨탑들이 아침마다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오는 도시중산층을 고층으로 빨아들인다. 저녁이 되면 이들을 다시 각자의 고층 아파트로 뿜어낸다. 세계 최초의 공업도시였던 영국 맨체스터시의 현재 상징이 꿀벌인 것처럼 현대도시들은 돈을 벌어오려는 꿀벌들의 고층 벌통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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