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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기 Apr 15. 2023

혼자서 정리해 보는 자본주의 도시의 이해

자본주의는 팽창을 전제로 한다.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신용)에 근거하여 은행으로부터 그에 맞는 액수의 돈을 대출받는다. 재밌는 것은 은행이 돈을 빌려줄 때, 진짜 돈은 은행금고에 그대로 있지만 계좌에 찍히는 대출액은 허구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서, 1억의 실제 돈(현금)은 은행금고에 물리적으로 존재하고, 대출된 1억은 장부상/디지털상으로만 거래가 되어, 총 2억의 돈이 시장에 존재하게 된다. 은행이 한번 더 1억을 대출해 주면 총 3억이 된다.


이런 식으로 은행은 대출을 통해 화폐를 발행하고 있는 것인데, 발행된 돈의 약 10%의 현금(지급준비율)은 실제로 보유해야 한다. 즉, 보유한 현금의 9배를 대출해 주어 시장에 화폐를 공급해 줄 수 있다. 한국은행만 화폐를 발행하는 게 아니란 소리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팽창된 돈은 시중은행이 뱅크런(대량예금인출)에 무너질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길! 국가는 은행 편이라 우리의 세금을 때려 넣어 구제해 줄 것이다! 이자를 갚지 못한 개인들만 파산할 뿐이다.


따라서 자본주의 도시는 신용에 근거한 (실제 존재하지 않는) 돈의 팽창에 의해 개발이 이루어진다. 은행들이 주도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도 화폐발행(대출)과 이자수익과 개발수익이 하나의 사이클을 형성하게 된다.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도 이러한 개발의 사이클에서 (부동산은 무조건 오른다는 강한 믿음과 함께) 은행이 신용도가 낮은 이들에게도 대출을 해주면서 문제가 발생했었다.


90년대 일본의 버블경제 붕괴는 고도성장 과정에서 과도하게 지불상환능력(solvency)을 은행이 높게 평가하여 대출이 남발되었고, 이 거대하게 팽창된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면서 버블을 형성되었다. 여기에 플라자 합의에 의한 미국의 개입으로 순식간에 팽창된 버블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후 일본은 30년이 넘게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미국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이유도 바로 돈의 팽창속도(대출)를 줄이고, 실제 돈과 대출된 돈 사이의 격차를 줄여 소비를 늦추고 인플레이션을 완화하는 것에 목표가 있다. 다만 공급망에 문제(e.g.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상황 등)가 있는 상황에서 소비를 줄이는 것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옳은 방법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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