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수상버스 사업에 대한 합리적 비판
런던 2년 거주 경험자가 바라보는 한강과 템스강의 수상버스 사업 차이
"유럽 순방 중인 오 시장은 13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템스강의 수상버스 ‘리버 버스’를 탑승한 뒤 “우리도 얼마든지 기술적으로 (수상버스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에 돌아가 실용성과 기술적인 측면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 이소정 기자. '서울시 "한강에 수상버스 도입 검토... 잠실-상암 20분 주파"'(동아일보, 2023년 3월 15일) -
런던 템스강과 비교해서 서울 한강의 수상버스 사업은 실패할 위험이 굉장히 높다. 수상버스에 맞지 않는 도시공간구조와 기후 때문이다.
런던 도심(웨스트민스터와 시티 오브 런던)의 공간구조는 템스강 동서축을 중심으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즉, 강을 따라서 평지에 주요 시가지가 연속되어 형성된 구조이기 때문에 수상버스가 동서로 승객들을 실어 나르기에 굉장히 유리하다. 런던의 교외 주거지도 템스강 동쪽과 서쪽 끝에 형성되어 있어서 매일 도심으로의 통근인원이 적지 않다.
또한 템스강의 선착장에서 시가지 사이가 10-20미터(4차선 일반 도로)도 떨어져 있지 않다. 런던의 오래된 도심 블록의 크기도 서울 강남지역에 비해 훨씬 작기 때문에 도보에 유리하다. 템스강의 폭도 한강에 비해 훨씬 좁아서 교량을 통해 강의 남북방향으로 이동하는 보행자도 많고, 평지의 지형은 동서로 선착장을 촘촘히 설치하기에 유리하다.
반면 서울의 원도심은 산(내산과 외산)으로 둘러싸여 형성되어 있고 한강에서 거리가 멀다. 한강 남쪽 시가지(잠실, 강남, 영등포 등)도 고수부지와 제방(올림픽도로)으로 인해 접근성이 굉장히 떨어진다. 또한 사업성이 높은 한강변에는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형성되어 있어서, 한강 고수부지에서 그러한 두터운 아파트 벽을 통과해야만 업무지구에 접근이 가능하다. 관광 목적이 아니라면, 바쁜 출근 시간에 선착장에서 고수부지를 지나, 그리고 아파트 단지를 지나, 시가지까지 20-30분 이상을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 것은 사업성을 굉장히 떨어뜨릴 것이다.
특히 한강이 범람하는 여름과 영하 5-10도까지 떨어지는 겨울이 문제다. 템스강은 일일 조수간만의 차는 크지만 홍수는 역사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다. 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1984년에 The Thames Barrier(밀물 조절 수문)가 설치되기도 했다. 겨울에도 영하로는 거의 떨어지지 않기에 강은 얼지 않는다.
그러나 비 오는 장마철이나 영하로 떨어지는 혹한기에 한강 고수부지의 빗줄기나 춥고 매서운 강바람을 뚫고 매일 아침 수상버스에 몸을 실을 직장인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한강 수상버스의 사업성을 높이려면 서울시의 도시공간구조를 갈아엎어야할 정도로 잘 맞지 않는다.
*웨스트민스터(국회의사당)에서 시티 오브 런던(세인트 폴 대성당)까지 평지인 강변을 따라 빠른 걸음으로 약 1시간이면 주파가 가능하다. 템스강 강변에는 국회의사당부터 국립극장, 런던시청, 카나리 와프까지 많은 주요 건축물들이 위치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런던은 템스강을 중심으로 도시공간구조가 형성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