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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민기 May 14. 2023

감성이 돈이 되어버린 사회

감성이 가치가 되고 곧 돈이 되어버린 세상이다.
 
독일의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이 주장한 대로 현대인들은 다른 종교나 정치적 이념을 가졌더라도 "돈"을 목표로 하나로 연결되고 통합된다. 개인은 과거의 봉건적 구속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워지고 개개인의 삶이 훨씬 중요해졌지만, 또한 돈이라는 이해관계 앞에서는 집단적으로 연대하고 협력한다 (짐멜은 중세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노동조합을 예로 들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감성이라는 상징적 이미지가 돈의 논리를 더욱 강화해 주는 도구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1993년에Scott Lash와 John Urry는 그들의 책, Economies of signs and space에서 이러한 현상을 상징적 경제(symbolic economy)라 정의하였다.

사람들은 외국어 간판의 이국적 감성으로부터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느끼는 듯하다. 예를 들어 여행으로 가서 느껴봤던, 혹은 미디어에서 봤던 미국이나 유럽의 본토 감성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가장 중요한 의식이 되어버린, 비일상적 풍경의 멋진 사진도 얻음으로써 그들의 성취감과 만족감을 영원히 박제시킬 수 있다. 경우가 좀 다른 예로는, 중국 화교가 하는 중국집은 정통 중화요리를 맛볼 수 있을 거 같은 기대감은 있지만 타인에게 뽐내기 위한 과시적인 사진을 찍기에 좋은 곳은 아니다.

MacCannell은 관광객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관광전략들을 "연출된 진짜스러움(staged authenticity)"으로 정의했었다. 예를 들어, 관광객들은 원주민들이 춤을 추는 퍼포먼스에 열광하지만, 실상은 지역주민들이 지역경제를 위해 원주민처럼 꾸미고 복원한 문화행사다.

울 동네에서도 매년 강동선사문화축제가 열리는데, 암사동 선사유적지에서 신석기 원시인들의 복장을 하고 불을 피우고 움집을 짓고 빗살무늬 토기를 만드는 체험행사가 단골로 등장한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원시인의 이미지에 맞게 퍼레이드나 체험 퍼포먼스를 멋지게 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소비공간과 축제뿐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주거공간에도 이러한 상징적 경제 전략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동네를 걷다 보면 외국감성(?)의 읽기 어려운 이름을 가진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이 즐비한 것을 볼 수 있다. 이국적 감성의 새 아파트 이름은 높은 시세와 연결되어 곧 주민들의 자부심을 나타내는 상징이 되고, 이것은 다시 집값을 방어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이 목표가 먼저 달성돼야 커뮤니티의 평화와 행복도 담보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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