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유럽 시민사회와 공공 박물관
영국 브리티쉬 뮤지엄은 1753년,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은 1793년에 처음 문을 열었다 (참고로 조선시대 왕실 도서관인 규장각은 1776년에 세워졌지만 공공에 개방되지는 않았다). 1688년 영국의 명예혁명과 1789년의 프랑스혁명은 유럽 국가들이 근대 시민사회로 성장해 나가는 발판이 되면서 사회정치적 변화와 함께 유럽의 주요 박물관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즉,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민주적으로 권력이 재배열되면서 기존 권력계층인 왕실, 교회, 귀족 중심으로 독점 보유하고 있던 서적(지식), 예술품, 역사유물 등의 컬렉션들이 공공박물관을 통해 대중에게 공개되기 시작했다. 상류층 귀족들의 개인 전유물이었던 지식, 역사, 문화예술이 박물관이라는 공공건축물을 통해 시민들과 공유되었으며, 이는 시민사회의 도래와 함께 시민들 개개인이 권력을 쟁취한 것과 깊게 관련된다. 또한 지식의 공유는 상류층 중심으로 구성되었던 폐쇄적인 학계가 계층적으로 다양화되면서 다양한 관점이 출현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는 국가가 역사문화유산을 통합적으로 보전 및 관리하고 시민들에게 저렴하게 공개하는 것이 당연해졌다. 영국은 정책적으로 공공 박물관과 미술관이 무료로 운영되며 대신에 입구에서 자율적인 기부금을 받고 있다. 모든 시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유럽의 주요 박물관들은 시민들에 의해 권력을 이양받은 근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가치와 역할을 공간에 선명하게 투영하고 있다.
*참고) 영국이 타국가의 유물들을 훔쳐왔기 때문에 브리티쉬 뮤지엄이 무료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브리티쉬 뮤지엄은 일부 귀족들의 컬렉션을 한 곳에 모으면서 처음 시작되었고 개관 당시에 이미 시민들에게 무료 공개를 원칙으로 삼았었다. 현재 브리티쉬 뮤지엄의 위치가 웨스트민스터(왕실, 버킹엄 궁전)와 시티 오브 런던(잉글랜드 교회, 세인트폴 대성당) 사이에 있는 것도 당시에 국가의 유물들이 한쪽 권력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최초의 브리티쉬 뮤지엄 후보지역은 버킹엄 하우스(현재 버킹엄 궁전, 당시 귀족의 저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