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디지털 큐비즘 공간의 도래에 관한 메모
르네상스 화가들은 하나의 뷰포인트에서 소실점을 바라보는 원근법을 발명하여 입체적인 공간을 표현할 수 있었다. 이것은 르네상스 시대의 광장 및 정원 설계부터 현대의 도시경관 설계로 이어지는 굉장히 중요한 설계기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19세기 인상파 화가들은 순간의 풍경을 그리면서 그 속에 담긴 역동적인 운동성을 표현했다. 즉, 인상파 회화들의 거친 붓터치에는 정지된 풍경이지만 마치 움직일듯한 에너지가 느껴진다. 이것은 18-19세기에 풍경화를 보는 것 같이 아름다운 공간을 설계했던 픽쳐레스크 설계기법이 정적인 풍경의 미학적 정수에 가치를 두었다면 인상파 화가들이 활동했던 19세기 후반에는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증기기관이나 증기선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던 새로운 풍경을 마주했던 시기였다. 빨라진 속도감의 시공간 에너지가 산업화된 경관 속에 삽입되었고 이것은 분명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피카소로 대표되는 20세기의 큐비즘은 일차원적인 캔버스에 다차원적 시공간을 파편처럼 해체시켜 재조합했다. 이것은 르네상스의 삼차원적 원근법, 픽쳐레스크의 정적인 미학적 편집, 인상파의 순간의 역동적 시공간 표현을 넘어서서 시공간을 해체시켜 선택적으로 재조합시킨 초월적 풍경을 표현했다.
이것은 20세기 모더니즘 건축(e.g. 프랭크 게리)이 해체되고 불규칙적으로 재조합된, (데이비드 하비가 주장했듯) "창조적 파괴이자 파괴적 창조"의 맥락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다시 21세기에는 공간의 맥락과 전혀 동떨어진 하지만 스펙타클한 자극을 촉발하기 위해 의도적인 미학적인 파편들로 재조합된 시뮬라크르를 재현했다. 이렇게 구성된 소위 인스타그래머블한 도시공간은 다시 개인의 파편적 사진을 통해 다시 해체되고 재조합되는 디지털화 과정을 무한정 반복하여 새로운 디지털 픽쳐레스크의 공간스타일이자 디지털 큐비즘적 공간구조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