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 전 예술에 감동을 느낄 수 없는 이유에 관하여

런던 빅토리아 & 앨버트 뮤지엄을 다녀온 뒤의 생각들

by Pimlico

현대의 다양한 문화는 뮤지엄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벗어나 현장에서 살아있는 경험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다. 반면 역사의 다양한 층위를 문화예술을 통해 한번에 바라보기에는 뮤지엄만한 곳이 없다. 당대의 시공간을 지배했던 사회적 기호와 상징은 문화예술을 통해 물질에 반영되어 형성되고 후대로 전해져 왔기 때문이다.


45년 전에 처음 만들어진 애플1 컴퓨터는 분명 당시에 혁신과 충격을 주는 사건이었으나 현재 런던 디자인 뮤지엄에 전시된 애플1은 외피만 보존된 별 감흥 없이 멈춰버린 전자제품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수백 년 된 문화재들이 아름답다는 인상 말고는 별 감흥을 주지 못하는 이유는 세상을 받아들이는 현대인의 사회문화적 틀이 과거와 비교하여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백 년 된 문화유산은 역사학자 같이 과거를 이해하는 훈련받은 전문가가 아닌 이상 현대인의 관념에서는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최신 버전으로 프로그래밍된 현대인들은 중세 버전(교육, 가치, 이념, 규범, 생활 스타일 등)으로 완벽하게 다운그레이드 하지 않는 한 과거의 문화와 코드 자체가 달라 접속 불능에 빠지는 것이다.


15-16세기의 사람들이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봤을 때의 감동을 21세기의 현대인들이 그대로 느낄 수 없는 이유는 이미 종교적 믿음이 상당수 일상에서 깨져버렸고 유튜브 같은 최첨단 매체에 이미 길들여져 있으며 더 많은 과학적 지식을 습득하여 이미 장치의 원리(원근법 등)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로 불과 백 년 전만 해도 책이나 신문 같은 인쇄물들이 당시 사람들의 유일한 오락이자 미디어였다. 따라서 느리고 긴 호흡에 익숙했단 당시에는 현장에서 4-5시간 이상의 토론은 익숙한 풍경이었다고 한다. 지금 3-5분 정도의 짧고 빠른 유튜브 동영상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에게는 견딜 수 없는 방식임이 분명하다. 심지어 몇 페이지 안 되는 글을 3줄로 요약해달라는 시대다.


이것은 마치 90년대 비디오 게임기를 최신 올레드 텔레비전에 연결하여 플레이할 수 없는 이유와 마찬가지다. 시대마다 사회적 틀과 문화예술 코드는 변화해오고 있다. 따라서 뮤지엄의 수백 년 전 문화재들이 감동을 주는 작동을 멈춘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모네나 반 고흐 같이 비교적 최신인 19세기 중후반의 인상파 작품들로부터 아직까지 감동이 느껴지는 건 비슷한 산업화 시기의 관념이 사회적으로 여전히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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