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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mlico May 03. 2022

서울도시계획이야기의 출판

2000년대 서양의 번역서가 넘쳐나는 학계에서 가뭄의 단비 같았던 책

2009년에 석사를 시작했을 당시에 출판된 지 몇 년 안된 '서울도시계획이야기 (총5권)'를 처음 읽었었는데 꽤나 충격적으로 다가왔었다. "도시에 관한 역사책이 이렇게 재미있다고?" 당시에 대학 교과서로 사용되던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에서 출판한 서양도시계획사 책은 잘 정리되어 있었으나 다루는 시공간적 범위가 너무 넓었고 읽기에 딱딱하고 지루했다. 다행히 당시 수업을 담당하신 황희연 교수님께서 책 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게 설명해주셨던 기억이 떠오른다.


또한 당시에는 내가 다니던 대학에서는 주로 서양 도시계획사 중심의 수업 커리큘럼에서 동양 도시계획사를 통해 조선시대의 도성계획(e.g. 주례 고공기)을 아주 일부분 간략히 배우는 정도였고, 한국 건축사에 비해 근현대 한국 도시계획사는 잘 정리된 책도 없었던 시기라 이 책은 내 갈증을 일부 해소시켜 주었다.


이 책은 한국전쟁 이후 반세기 동안의 서울의 공간적 변화를 정치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특히 70년대에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을 지닌 저자는 학자이면서 공무원이었기에 현장에서의 목소리와 본인의 풍부한 경험을 반영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실무적인 관점에서 현상을 다각도로 바라보고 자료수집을 하였으며 학술적인 방법으로 인과관계를 깊게 분석해내고 있다. 다시 말해, 공간을 다룬 책이지만 공간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격동의 한국 현대사와 관련하여 수도 서울이라는 도시공간이 왜, 어떻게 변화하게 되었는지를 당시의 사회경제적 상황과 행정내부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엮어 역동적인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다만 모든 역사서가 그렇듯이, 풍부한 객관적인 자료가 바탕이 되었음에도 당시 고위 공무원을 지낸 저자의 주관적인 해석이 전반에 깔려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책은 도시학을 공부하는 모든 이들이 필수적으로 읽어야 할 도시사 서적이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전반의 서양 도시계획의 역사를 다룬 Peter Hall의 'Cities of Tomorrow'와 함께 손정목 교수님의 '서울도시계획이야기'를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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