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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imlico May 03. 2022

관계의 공간: 동서양의 상대성에 관한 짧은 메모

서양에서는 19세기에 들어와 니체와 같은 사상가들에 의해 다원론이 정립됐지만, 동양에서는 일찍이 존재 사이의 상대적 관계를 이해하고 있었다. 이것은 기 또는 에너지로 표현되었고, 훗날 서양에서 이것을 중력으로 밝혀냈다. 물론 동양의 기는 서양의 중력과 비교하여 관계 사이의 상징적 의미가 더 강했지만 예를 들어 풍수지리에서 공간의 상대적 배치와 기의 흐름의 옳고 그름을 이해하려고 했다는 점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서양의 기독교는 절대적인 유일신을 믿지만 동양의 불교에서 부처는 고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다양한 존재를 의미한다. 따라서 부처는 내 주위의 누구나가 될 수 있다. 설악산 오세암에는 폭설 속에서 다섯 살 아이가 깨달음을 얻고 죽어 부처가 된 전설이 내려온다.


영어에서는 부정문으로 질문을 받아도 내가 긍정이면 긍정, 부정이면 부정으로 답한다. 즉, 대답의 중심에는 개인이 있다. 반면 한국어나 일어에서는 상대가 부정의 질문을 하면, 내가 긍정이면 부정으로, 부정이면 긍정으로 답해야 한다. 즉, 동양의 언어는 상대적 관계에 따라 높임말, 부정문 등이 결정되는 상대성이 반영되어 있다. 


상대성이론을 주장한 아인슈타인과 다원론을 주장한 니체가 모두 기독교의 절대적 진리가 무너지고 산업화가 일어난 19세기의 격변기에 태어났다는 사실은 과연 우연일까? 건축 및 도시학에도 굉장한 영향을 미친 20세기의 구조주의 철학은 상대적 관계를 전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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